새벽배송 제한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면서 온라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노동계는 택배기사 건강권을 이유로 초심야(0시~5시) 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와 택배기사 다수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단체 조사에서는 새벽배송 이용 경험자 대부분이 서비스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회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4.1%는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불편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고, 이용 경험자 중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99%에 달했다. 맞벌이 가정과 1인가구를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일상적인 생활 인프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반발이 이어졌다. 새벽배송 금지를 반대하는 청원은 지난해 11월 동의 수 2만5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12월에는 5만명을 돌파해 국회 상임위에 자동 회부됐다.
정작 당사자인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도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택배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93%가 새벽배송 중단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쿠팡 정규직 배송기사 노조 역시 새벽배송 제한 시 고용안전과 임금보전 방안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냈다.
소상공인업계도 우려를 보태고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의존해온 1인 매장 자영업자들은 배송 제한 시 새벽 도매시장을 직접 오가야 하는 부담을 호소했고, 소상공인연합회도 반대 논평을 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새벽배송 규제 시 최대 54조3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노동계 주장의 근거도 가볍지 않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4년 8월) 산업재해로 승인된 택배노동자 사망자는 51명이며, 이 중 질병 사망자 35명은 모두 뇌심혈관 질환자였다.
논의가 사회적 대화기구 차원에서 공전을 거듭하자 여당은 이미 입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택배기사 작업시간 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 시간은 법안에 담기지 않았지만 대화기구에서 논의돼온 주 48시간 안팎으로 시행령이 정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형 택배사와 심야배송 사업자의 위탁기사 고용보험료·산재보험료 전액 부담 의무화도 함께 담겼다.
한발 더 나아간 법안도 나왔다. 박홍배 의원은 지난 25일 산업안전보건법·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야간작업 범위를 자정~오전5시 시간대를 포함해 7시간 넘게 이어지는 근무로 규정하고, 이런 근무는 한 달에 12회까지만 허용하도록 했다. 하루 상한은 10시간, 연속 야간근무는 최대 3일로 제한하고 종료 후 11시간 연속휴식을 의무화했다. 건강진단, 할증보수, 원청 관리책임, 국토부 개선명령 근거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별도 규제법안보다는 청원 지지와 여론전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우재준 의원은 국회 토론회를 열고 청원의 소위원회 상정을 요구했고, 한동훈 전 대표도 청원에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새벽배송을 둘러싼 또 다른 방향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에서는 여야가 오히려 규제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SSM의 온라인 영업에 한해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이보다 더 나아가 영업시간 제한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안을 내놨다. 지난 2월 당정청 고위협의회에서도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향의 법 개정 추진이 공식화됐다.
택배기사 심야배송 제한은 여당 단독 드라이브에 야당이 여론전으로 맞서는 구도인 반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여야가 방향을 같이 하며 소상공인 반발과 부딪히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