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냉장고③ 1인가구가 직접 제안한 냉장고…가전업계가 주목할 세 가지 조건 [혼삶리포트]
1인가구 냉장고③ 1인가구가 직접 제안한 냉장고…가전업계가 주목할 세 가지 조건 [혼삶리포트]
  • 정단비
  • 승인 2026.11.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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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냉동 전환부터 맞춤형 수납, 식재료 관리까지
대형 냉장고에 적용된 기능도 소형·중형으로 확대할 수 있을까

냉장실과 냉동실의 용도를 바꾸고, 보관하는 식품에 따라 선반을 조절하며, 냉장고 속 식재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제품. 1인가구 소비자들이 제안한 냉장고의 모습이다.

이러한 기능이 모두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일부 대형 냉장고에는 냉장·냉동 전환 공간이나 조절형 선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재료 관리 기능이 이미 적용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이 1인가구의 주거환경과 구매 여건에도 적합하게 제공될 수 있느냐다.

1인가구 전문 미디어 데일리팝이 뉴스레터 '혼삶레터' 독자 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인가구에게 맞는 냉장고는?' 설문조사에서는 냉장고의 용량을 넘어 공간 활용과 식품 관리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앞선 조사에서 냉동실 수납공간 부족과 제한된 설치 공간이 주요 문제로 나타났다면,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자유응답으로 제안한 기능을 토대로 가전업계가 검토할 만한 제품 설계 방향을 살펴봤다.

① 냉장·냉동 전환…고정된 공간 비율을 바꿀 수 있을까

첫 번째 제안은 냉장실과 냉동실의 용도를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구조다.

한 응답자는 "냉장/냉동고의 비율을 사용자가 맞춤으로 설정할 수 있는 냉장고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다른 응답자도 냉장고와 냉동고 공간을 자유롭게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의견을 남겼다.

김치 보관을 위한 별도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냉장·냉동 공간 일부를 김치 보관용으로 활용하거나, 서랍 두 칸 정도를 필요에 따라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을 제안했다.

이러한 기능은 가전업계에서 이미 일부 구현된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4도어 냉장고 일부 모델에는 냉동·냉장·김치·살얼음 보관 등으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맞춤보관실'이 적용돼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 871L 모델(RF85T91S1AP)은 하단 맞춤보관 공간을 냉동실이나 냉장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술 자체의 새로운 개발보다는 이러한 기능을 어떤 용량대와 가격대에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셈이다.

이번 설문에서는 전체 수납공간이 같을 때 냉동실 비중을 절반 이상 확보하고 싶다는 응답이 47명(58.0%)이었다.

1인가구를 위한 똑똑한 냉장고 (이미지=AI제작)
1인가구를 위한 똑똑한 냉장고 (이미지=AI제작)

가전업계 입장에서는 냉동실 비중을 늘린 제품을 별도로 구성하는 방법과 냉장·냉동 공간의 용도를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냉장·냉동 전환 기능에는 독립적인 온도 제어와 냉각 구조 등이 필요하다. 제품 규모와 가격, 에너지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대형 제품의 기능을 소형·중형 제품에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핵심은 1인가구의 식생활 변화에 맞춰 수납공간을 얼마나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느냐다.

② 맞춤형 수납…서랍과 선반을 자유롭게 조합한다면

두 번째 제안은 식품의 크기와 종류에 맞춰 냉장고 내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이다.

설문에서는 냉동실 서랍 구조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한 응답자는 "서랍형 냉동실이 저는 너무 불편하더라구여"라며 서랍 크기에 맞춰 식품을 보관해야 하는 점을 불편으로 꼽았다.

반면 냉동실을 더 넓히면서 서랍형 구조를 적용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랍형과 일반 선반형을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확인됐다. 식품을 종류별로 정리하기에는 서랍이 편리하지만, 부피가 큰 식품을 보관할 때는 선반형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냉장실 구조에 대한 개선 요구도 구체적이었다.

한 응답자는 수박이나 케이크 상자처럼 부피가 큰 식품을 보관하려면 유리 선반을 완전히 빼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며, 선반을 접거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안에 내부구조를 내 마음대로 꾸릴 수 있는 모듈형 냉장고"를 희망했다. 사용하지 않는 모듈을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까지 요구했다.

조절형 선반 역시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일부 비스포크 냉장고에는 높이조절 선반이나 접이식 선반이 적용돼 있다. 예를 들어 856L 패밀리허브 모델(RF85T97E241N)의 공식 사양에는 접이식 선반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자유응답에서 관련 요구가 나온다는 점은 수납 기능이 존재하는 것과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냉동식품을 소분해 보관하는 소비자에게는 작은 용기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기능이 필요할 수 있고, 밀키트나 대용량 식품을 보관하는 소비자에게는 칸막이를 제거하거나 선반 간격을 넓히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가전업계가 검토할 과제는 무조건 수납칸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내부 공간을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품을 분리하고 세척하는 편의성, 선반의 내구성까지 고려하면 제품의 수납 효율과 실제 사용 편의성을 함께 개선할 여지가 있다.

③ 식재료 관리…첨단 AI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불편 해결

세 번째 제안은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확인하고, 식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한 응답자는 "식재료들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을 알려주는 냉장고가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다.

다른 응답자는 "유통기한을 알려줘! 오래된 음식을 알려줘! 내부 들어있는 음식을 알려줘!"라며 냉장고 속 식품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희망했다.

중복 구매 경험을 언급한 응답자도 있었다. 평소 먹는 요거트를 냉장고에 보관해둔 사실을 잊고 다시 구매한 적이 있다며, 냉장고 내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가전업계에서는 이미 AI를 활용한 식재료 관리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6년 출시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는 내부 카메라와 AI 비전을 활용해 식재료를 인식하고, 보관 식품을 기반으로 필요한 식재료나 조리법 등을 안내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식품 자동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 제품과 사용 환경에 따라 불투명한 용기나 포장 상태의 식품은 인식이 어렵고, 보관 기한 정보 역시 실제 소비기한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 관리 기능을 구현하는 데 AI 기술뿐 아니라 사용 편의성과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1인 가구용 제품에서 식품 관리 기능을 구현한다면 고가의 대형 화면이나 복잡한 기능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닐 수 있다.

보관 식품을 쉽게 등록하고 확인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입력한 날짜를 기준으로 알림을 제공하는 등 상대적으로 간단한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김치와 반찬을 별도로 보관하고 싶다는 요구 역시 식재료 관리의 연장선에서 살펴볼 부분이다.

한 응답자는 가족에게 받은 김치를 보관하면 냉장고 전체에 냄새가 배는 것 같다며 별도의 김치 보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냉장고 자체의 탈취 기능을 원하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소비자들의 요구는 AI 기능 자체보다 식품을 찾고, 보관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줄이는 데 맞춰져 있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 1인가구 제품에서는 어떻게 구현할까

이번 설문을 통해 제시된 세 가지 제품 개발 방향은 냉장·냉동 공간 전환, 유연한 내부 수납 구조, 식재료 관리 기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공통점은 일부 기술이 이미 시판 제품에 적용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가전업계의 과제도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냉장고의 크기와 설치 환경, 구매 여건에 맞춰 해당 기능을 어떻게 제공할지가 중요하다.

물론 모든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담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복잡한 냉각 구조나 AI 기능을 추가하면 제조 원가와 소비자 가격이 높아질 수 있고, 내부 부품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활용 가능한 수납공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가전업계가 1인가구 시장에서 검토할 과제는 기존 대형 냉장고의 기능을 모두 축소해 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식품 보관 방식에 필요한 기능을 선별하고, 이를 제한된 공간과 비용 안에서 구현하는 일이다.

1인가구를 위한 냉장고의 경쟁력은 새로운 기능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보다, 이미 가능한 기술을 혼자 사는 생활에 얼마나 적합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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