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가계를 감당하는 1인가구에게 끼니 해결은 여유 생활비를 결정 짓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한 끼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부담해야 할 식비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인가구 뉴스레터 '혼삶레터'가 2030 특화 리서치 플랫폼'픽플리'와 함께 20~40대 1인가구 자취생 178명 대상으로 8월 8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밥은 외식보다 생활비 절약에 유리하다는 데 전체 응답자 중 88.8%가 동의했다. 이 조사에서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미료’ 중 응답률이 50% 이상인 것은 ▲소금·간장(79.2%) ▲설탕(71.9%) ▲식용유(66.3%) ▲참기름(62.9%) ▲고추장(59.6%) ▲고춧가루(59%) 등이었다.
필자는 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집밥을 5일간 먹어본 후 식비가 얼마나 들었는지를 살피기로 했다. 단 응답률 50% 이상 나온 조미료를 ‘필수 조미료’로 선정하고 이들 조미료는 식비 산정에서 제외했다.
먼저 5일 간 무엇을 해먹을지 식단을 짠 후에 거기에 맞춰 장을 봤다. 장보기에 소요된 비용은 4만5000원 정도였다. 여기서 필수 조미료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굴소스와 쌀, 파스타면 등을 더하면 약 2만2000원 추가로 지출해 총 6만7000원을 쓴 셈이다.
다만 장 본 재료들을 전부 소진한 것은 아니기에 식단별로 들어간 재료의 값을 구해 5일 간의 식비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또 보통의 직장인 1인가구가 점심식사는 밖에서 해결하고 저녁 한 끼만 집에서 먹는다는 점을 감안해 하루 한 끼를 기준으로 체험을 진행해 식비를 계산했다.
월요일 : 계란볶음밥 약 2000원
들어간 재료는 ▲간장(1.5스푼) ▲굴소스(0.5스푼) ▲소금(1스푼) ▲식용유(2스푼) ▲밥 한 공기 ▲대파 뿌리 1개 ▲계란 1개 ▲닭가슴살 통조림햄 0.5개 등이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미리 식혀둔 밥에 계란을 까넣고 소금을 살짝 쳐서 섞어준다. 이후 대파와 통조림햄 등을 썰어준다. 재료 준비가 끝나면 파, 햄, 계란밥 등의 순서로 볶는다. 굴소스를 살짝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한 뒤 보슬보슬해질때까지 볶으면 끝이다.
이 메뉴는 평소에도 자주 해먹던 것이라 어려운 점은 없었다. 음식 준비에 소요된 시간도 대략 15분 정도로 짧게 만들 수 있는 데다 설거지거리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더욱 편했다.
대파 한 묶음에 2590원, 계란 한 판에 7880원, 닭가슴살 2캔에 4420원이었으니 새로 장본 것에서 월요일 끼니에 들어간 비용은 약 1886원이었다. 여기서 굴소스와 쌀을 각각 사용한 만큼 얼추 계산해보면 한 끼에 2000원 정도 지출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화요일 : 새우오일파스타 약 2000원
들어간 재료는 ▲식용유 ▲후추 ▲소금 ▲파스타면(90g) ▲마늘 한 줌 ▲흰다리새우살 등이다. 물에 소금과 식용유를 약간 넣어 면 삶을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새우살은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물에 넣어 완전 해동시키고 마늘은 얇게 편 썰어준다.
물이 끓으면 면을 넣어 끓인다. 필자는 화구가 1개인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관계로 면이 90% 정도 익었을 때 냄비를 옆으로 치우고 후라이팬을 올려 기름에 마늘을 볶아줬다. 마늘향이 얼추 올라오면 새우를 올려서 볶다가 새우가 익기 시작하면 파스타면과 면수를 넣고 볶는다. 소금으로 간을 한 뒤 그릇으로 옮겨 담고 후추로 마무리했다.
실제 이번에 장을 본 재료는 마늘 한 줌과 흰다리새우살 두 가지뿐이다. 사용량을 고려해 지출 금액을 따져보면 1500원 정도 사용했다. 여기에 파스타면과 후추 등을 넣고 생각해보면 약 2000원 정도 쓴 것으로 계산된다.
파스타는 이미지만 떠올리면 만드는 과정이 복잡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라면만큼이나 쉽고 맛을 내기도 쉬운 요리다. 필자는 최소한의 재료만 가지고 준비했지만, 치킨스톡이나 페페론치노 등 맛을 돋워줄 추가 조미료가 있다면 더욱 질 높은 식사를 할 수가 있다. 음식 준비에 소요된 시간도 약 20분 정도인데 이중 10분가량은 면 삶는 시간이다.
수·목요일 : 김치찌개 약 5000원
사용한 재료는 ▲참기름 ▲소금 ▲간장 ▲고춧가루 ▲김치 ▲양파 반 개 ▲대파 1뿌리 ▲캔참치 1개 ▲청양고추 2개 ▲쌀(밥) 등이다.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다. 코팅이 잘 된 냄비에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김치를 볶다가 김치의 숨이 죽으면 물 500g을 넣고 양파와 대파 등의 재료를 손질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양파, 고추, 참치를 넣고 끓여준다. 간은 소금과 간장, 고춧가루 등으로 한다. 어느 정도 깊은 맛이 우러나오면 대파로 마무리하고 좀 더 끓여주면 된다. 만약 좀 더 감칠맛을 원한다면 코인육수를 한 알 넣어주거나 참치액을 0.5스푼 첨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요시간은 약 30분이었다. 쌀을 제외하곤 체험 전 장보기에서 구매한 재료와 필수 식재료만 사용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대략 5000원을 소요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김치찌개를 한 번 끓여 다음 날 끼니까지 해결했기에 끼니당 2500원을 사용한 셈이다.
금요일 : 김치볶음밥 약 2300원
사용한 재료는 ▲김치 ▲대파 1뿌리 ▲닭가슴살 통조림햄 반 개 ▲간장 ▲식용유 ▲고춧가루 등이다. 필수 조미료에 속하는 재료만 사용했고 나머지 재료도 장보기를 통해 구매한 것으로 한 끼에 소요된 금액은 넉넉하게 잡아도 약 2400원 정도다.
만드는 방법은 역시 간단하다. 밥은 미리 꺼내서 살짝 식히도록 한다. 팬에 기름을 둘러 살짝 가열한 후 대파를 넣어 파기름을 낸다. 이후 통조림햄과 김치를 순서대로 넣고 볶다가 식은 밥을 넣은 뒤 볶는다. 간은 간장으로 하되, 굴소스를 넣으면 더욱 감칠맛이 산다. 다만 필자는 넣지 않았다. 김치가 너무 익은 경우 설탕을 넣고, 새김치인 경우는 식초를 살짝 넣으면 좋다.
마찬가지로 자주 해먹던 메뉴라 어려운 점은 없었다. 볶음밥은 대개 재료를 넣고 기름에 타지 않게만 주의하며 볶아주면 되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다.
이렇게 5일 간 집밥 체험을 통해 쓴 식비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면 총 1만1300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굴소스 0.5스푼, 대파 1뿌리, 밥 한 그릇 등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어 정확하진 않다.
최근 배달앱에서 배달을 시켜보면 최소 주문금액이 대부분 1만원 이상이고, 배달비는 평균적으로 2000~3000원 수준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봤을 때 배달을 시켰다면 한 끼에 사용했을 금액을 5일에 걸쳐 썼다고 생각하니 꽤나 이득을 본 것 같았다.
다만 지속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1인가구 특성상 한 끼에 사용하는 재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집밥을 먹지 않으면 장본 재료를 버리게 돼 오히려 먹지도 않은 식비를 낭비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