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이코노미] '조용한 퇴사' 후 프리랜서 전향...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 실험
[긱이코노미] '조용한 퇴사' 후 프리랜서 전향...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 실험
  • 윤지현
  • 승인 2025.10.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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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떠나 독립 노동 선택하는 2030세대, 자유 얻었지만 안정은 잃었다

최근 직장 내 과도한 업무와 출퇴근 부담을 이유로 조직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프리랜서로 전향해 독립적인 일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성을 얻은 대신 소득 불안정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한국은행이 2024년 12월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청년층(25~34세) '쉬었음' 인구가 42만2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3분기 33만6000명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한은은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이 청년들을 자발적으로 노동에서 일탈하게 하는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취업 준비 중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층(재학·휴학 제외) 중 1년 이상 쉰 비중이 45.7%에 달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으로,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아니라 취업 후 이탈하는 패턴을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24년 실시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서는 4학년 재학생 및 졸업자(유예·예정 포함) 10명 중 6명(60.5%)이 구직 기대가 낮은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이나 기술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6.7%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 대신 프리랜서..."자유롭지만 불안하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청년들 중 상당수는 전통적인 취업 대신 프리랜서라는 새로운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9~2018년 한국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8년 기준 한국 프리랜서 규모는 약 40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5.1%를 차지했다.

특히 플랫폼 경제의 성장과 함께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 프리랜서가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플랫폼 노동자는 88만3000명으로 2021년 66만1000명 대비 33.6%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변화가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서비스 업종 플랫폼 노동자가 14만4000명으로 2023년 대비 69.4% 급증한 반면, 배달·운전 노동자는 48만5000명으로 2023년 51만3000명 대비 5.5%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기 급증했던 배달 노동이 줄어든 반면, 전문성을 갖춘 청년들이 IT 분야로 대거 유입된 것이다.

학력별로는 4년제 대학 졸업 플랫폼 노동자가 2023년 29만9000명에서 2024년 38만9000명으로 30.1% 증가해 

고학력 청년들이 정규직 대신 프리랜서 시장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서울 강남에서 IT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모(29)씨는 "회사 다닐 때는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고 야근도 잦았다. 프리랜서가 되니 시간 관리는 자유롭지만, 이번 달 수입이 300만원이면 다음 달은 거의 없을 수도 있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인가구 청년이 프리랜서로 전향할 경우, 소득 불안정성이 생활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다인가구라면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의 안정적 소득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1인가구는 모든 리스크를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 vs 안정...프리랜서의 딜레마

프리랜서로 전환한 청년들이 얻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자유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2018년 기준 프리랜서의 월평균 소득은 약 254만원으로 전체 취업자 월평균 임금(286만원) 대비 88.9% 수준이며,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6.4시간으로 전체 취업자 평균 44.8시간보다 오히려 길다.

'자유로운 일'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더 오래 일하면서도 덜 번다.

2024년 플랫폼 노동자의 월 평균 수입은 144만원으로 2023년 145만2000원에서 오히려 감소했다.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의 불안정성도 문제다. 일자리 애로사항으로는 계약에 없는 업무 요구가 12.2%, 건강·안전의 위험 및 불안감이 11.9%, 일방적 계약 변경이 10.5%, 보수지급 지연이 9.5%로 나타났다. 정규직이라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프리랜서에게는 고스란히 리스크로 남는다.

2024년 기준 플랫폼 노동자 2명 중 1명(50.4%)이 이직 계획 또는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프리랜서로의 전환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임시 경유지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사회안전망 밖의 프리랜서 청년들

프리랜서 청년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사회보험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정규직 근로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자동 적용되지만, 프리랜서는 본인이 직접 가입하고 전액 부담해야 한다. 소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매달 보험료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서울시는 2025년 3월부터 프리랜서를 위한 에스크로(대금 예치) 시스템을 도입하고, 2025년 12월에는 경력관리 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서울 지역 일부에 한정된 시범사업일 뿐이다.

한은은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장기화하면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 이탈하거나 니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지 않으며,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원한다. 그런 일자리를 찾지 못하니 차라리 조직을 떠나 혼자 일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 후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청년들의 선택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다. 정규직 일자리는 안정적이지만 자율성이 없고, 프리랜서는 자유롭지만 불안정하다. 청년들은 이 딜레마 속에서 '덜 나쁜 선택'을 하고 있을 뿐이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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