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봇 주도 속 ‘10만 전자’ 달성
2일 첫 거래일 '워시 쇼크'에 5000선 붕괴...매도 사이드카 발동
1983년 100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KOSPI) 지수가 산출 46년 만에 ‘마의 고지’로 여겨졌던 5000선을 넘어 5300선마저 돌파하며 한국 증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달 22일 사상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돌파한 데 이어 30일에는 장중 5315.52를 기록하는 등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반도체 업황의 폭발적 성장과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정책이 맞물리며 한국 증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000에서 3000까지, 위기와 도약의 연대기
코스피가 처음으로 네 자릿수 시대(1000포인트)를 연 것은 1989년 3월이다. 이른바 저금리·저유가·저달러의 ‘3저 호황’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던 시기였다. 당시 증권사 객장에 ‘미아 찾기 방송’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던 주식 열풍은 1990년대 외환위기(IMF)와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를 겪으며 수차례 꺾이기도 했다.
이후 2007년 중국 경제 호황에 힘입어 2000선을 돌파했으나 곧바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금 박스권에 갇히는 ‘박스피’의 오명을 얻었다.
침묵을 깬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2021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터져 나온 유동성과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대거 유입에 힘입어 지수는 사상 첫 3000시대를 열었다.
■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10만 전자’가 이끈 4000선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선 것은 2025년 10월 27일이다. 2025년 상반기 2600선에 머물던 지수는 불과 6개월 만에 48% 급등하는 기염을 통했다. 배경에는 정치적 리스크 해소가 있었다. 6월 대선 이후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상법 개정안과 주주 권한 강화 등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은 덕분이다.
특히 글로벌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은 국내 대장주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가 이른바 ‘10만 전자’를 달성하며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렸고, 이는 증시 전반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 마침내 열린 5000시대, 그러나 사흘 만에 찾아온 '쇼크'
2026년 1월, 코스피는 마침내 5000을 넘어 5300선까지 진격했다.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주당 90만원을 돌파하고, 현대차그룹의 로봇 산업 기대감이 증시 전반을 달구며 '역대급 불장'을 연출했다.
그러나 축제의 여운을 짧았다. 2월 첫 거래일인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얼어붙었다. 이른바 '워시 쇼크(Warsh Shock)'다.
오후 12시 30분경 코스피는 5000선 아래로 급락했고, 12시 31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선물 지수가 5% 이상 하락하며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된 것이다. 외국인이 1.2조원 넘게 팔아치우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5%, SK하이닉스가 7% 이상 폭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 투자자들이 3조원 넘는 순매수로 방어에 나섰지만 코스닥 역시 4%대 급락세를 보이며 시장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2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든 영향으로 장 초반 10원 넘게 급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