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문이 좁아질수록 청년들의 지갑이 얇아진다. 스펙을 쌓기 위해 자격증을 찾고, 자격증을 얻기 위해 돈을 쓰고, 돈을 썼다가 환불도 못 받는다. 6만1000개를 넘어선 민간자격증 시장의 민낯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소비자 이용이 많은 민간자격 103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구조적 문제가 확인됐다. 광고는 거짓이고, 정보는 숨겨져 있으며, 환불은 막혀 있다. 취업이 안 되니 자격증에 돈을 쓰고, 자격증에 돈을 썼다가 또 피해를 본다.
취업이 안 되니 자격증을 산다
이 시장이 팽창하는 배경에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청년 고용 현실이 있다. 2025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0%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청년 취업자 수는 357.8만명으로 코로나19 충격이 집중됐던 2020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 나빠졌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달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43.6%로 2021년 1월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1개월 연속 하락세다. 청년 실업률은 6.8%로 치솟아 코로나19 이후 1월 기준 최고 수준에 달했다.
숫자의 이면은 더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의 1월 고용동향에서 보면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가 278만4000명으로 1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20~30대만 76만명으로 역시 1월 기준 최대치다. 15~29세 청년층 쉬었음은 46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7% 급증했다.
실업률이 낮아 보이는 것도 착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10년간 실업률 하락의 약 71%가 구직 자체를 포기한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공식 수치에 잡히지 않는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국가데이터처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쉬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청년의 34.1%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국가데이터처는 "공채·대규모 채용에서 수시·경력 중심 채용으로의 전환이 20대 채용 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청년의 첫 취업 소요기간은 평균 11개월이다. 경력직 수시채용이 늘고 신입 공채가 줄면서,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민간자격 수는 2023년 5만1614건에서 2025년 10월 6만1108건으로 약 2년 새 18.4% 늘었다. 취업이 안 되는 청년들이 몰리는 곳에, 자격증 사업자들이 몰리는 구조다.
"취업 100%"라더니…광고 절반이 근거 없어
소비자원 조사에서 보면 103개 민간자격 중 48.5%인 50개에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광고 문구가 발견됐다. "공인기관", "국가 지정" 등 국가자격과 동등한 효력이 있는 것처럼 표현한 광고가 42개, "국내 최고"·"대한민국 NO.1" 등 절대적 지위를 가장한 과장 광고도 42개에 달했다.
더 직접적인 문제는 청년 구직자를 겨냥한 취업·수익 보장 광고다. "100% 취업 보장", "취업 1위" 등 취업을 보장하는 광고가 2개, "고수익 창출", "월 1000만원 버는 법" 등 수익을 보장하는 광고가 2개 확인됐다.
이런 표현에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 자격기본법은 거짓·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수강료 무조건 0원에 취득"이라는 광고도 4개 자격에서 확인됐다. 막상 등록하면 별도의 자격발급비가 청구되는 구조다. 이른바 '미끼 광고'다.
비용은 숨기고, 환불은 막고
광고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정작 중요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다. 자격기본법은 민간자격 광고 시 총비용, 세부 비용, 환불 조건 등 7가지 사항을 의무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지킨 사업자는 소수였다.
총비용을 표시하지 않은 비율이 83.5%(86개)에 달했고, 응시료·자격발급료 등 세부 비용과 환불 규정을 누락한 경우도 74.8%(77개)였다. 민간자격임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도 28.2%(29개)였다. 계약 전에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 대부분이 가려져 있는 셈이다.
환불 문턱도 높다. 민간자격 표준약관은 수강료·응시료·자격발급료별로 단계적 환불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의 63.1%(65개)가 이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격발급료의 경우 "접수 당일 이후 환불 불가"를 적용한 자격이 40.8%(42개)였고, "합격자에 한하여 환불 가능"이라는 조항을 둔 곳도 5개였다. 불합격하면 자격발급료를 그냥 가져간다는 얘기다.
"국가기관 자격인 줄 알았는데"…청년들이 속는 방식
2025년 5월, 취업을 준비하던 A씨는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소속 공식 네일아트 자격"이라는 광고를 보고 국가자격인 줄 알고 계약을 맺었다. 사업자에게 223만원을 지급한 뒤에야 민간 협회가 발급하는 자격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환급을 요구했지만 사업자는 거부했다.
2023년 1월에는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신청한 B씨가 129만원을 내고 첫 수업을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 해지를 요청했더니 돌아온 금액은 18만원뿐이었다. 표준약관 기준으로는 훨씬 많은 금액을 돌려받아야 했지만, 사업자는 자체 기준을 내세워 환불을 최소화했다.
두 사례 모두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실제 피해 사례다.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피해 상담 4586건 중 87.9%가 이런 식의 계약 관련 분쟁이었다.
8년째 약속만 있는 '등록갱신제'
피해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제도의 공백이 있다. 현행 자격기본법상 민간자격은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하면 운영할 수 있고, 등록 이후 운영 실태에 대한 정기적 국가 점검 체계는 없다.
2018년 정부는 민간자격 등록갱신제 도입을 발표했다. 주기적으로 운영 실태를 점검해 부실 사업자를 걸러내겠다는 취지였다. 8년이 지났지만 이 제도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피해는 그 사이 계속 쌓였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관계 부처에 등록갱신제 도입을 다시 촉구하고 소비자 보호 방안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약속이 또 나온 셈이다.
진짜 문제는 취업 시장 구조
민간자격증 시장의 팽창은 취업 구조의 문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경력직 수시채용이 확산되면서 신입의 첫 관문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은 그 틈을 메우려 자격증을 찾고 있다.
사업자들은 이 불안을 "취업 100%", "고수익 창출"이라는 문구로 파고들고 있다.
정작 민간자격증이 실제 취업이나 수익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공식 통계는 없다. 소비자가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는 자격별 취업 성과 데이터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광고는 넘쳐나지만, 검증은 소비자 몫이다.
소비자원은 과장된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계약 전 환불 조건과 총비용을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의무 표시 사항조차 지키지 않는 사업자가 절반에 달하는 시장에서 소비자 개인의 주의만으로 피해를 막기에는 무리가 있다.
취업이 안 되는 청년들이 돈을 쓰고, 환불도 못 받는 구조는 8년 전에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