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보험사기 터질 때마다 나오는 말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
[뉴스줌인] 보험사기 터질 때마다 나오는 말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
  • 정단비
  • 승인 2026.03.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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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조직적 보험사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판결이 나온 뒤에야 사고를 파악하거나, 수년간 편취가 이어지는 동안 보험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수료 구조 허점 노린 조직범죄…뒤늦은 인지

국내 대형 GA 글로벌금융판매 소속 간부 5명이 법인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사로부터 모집 수수료를 편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사기 및 보험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당 GA 프라임총괄 피알본부 대표에게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 조직의 지점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재무이사와 부장에게는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 보험설계사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은 보험모집 수수료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악용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약 4년에 걸쳐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수료가 환수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법인 계약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사후 해지를 조건으로 한 이면계약을 맺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을 실제로 유지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숨긴 채 정상 계약인 것처럼 꾸며 수수료를 챙긴 방식이다.

편취한 보험모집 수수료는 9억3000만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이면계약 방식의 영업을 지시하고 수수료 시뮬레이션 자료를 장부로 관리해온 정황을 핵심 증거로 인정했다.

글로벌금융판매 관계자는 내부통제 체계에 대해 "1만명 이상 규모의 조직이다 보니 매년 모든 조직을 감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민원 발생이나 문제 징후가 있을 때 감사 대상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이후에는 사전 리스크 관리 체계도 손봤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사후 대응에 그치지 않고 사전예방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며 "고액계약, 채권 미확보 설계사, 동일 계약자 반복 거래 등 10가지 스크리닝 기준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하고 내부통제 인력도 늘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선이 사건 발생 이후에야 이뤄졌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올해 2월에도 금감원으로부터 경유계약과 특별이익 제공 위반으로 과태료 9990만원 부과, 전현직 임원 9명 제재, 설계사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사진=글로벌금융판매 홈페이지
사진=글로벌금융판매 홈페이지

7년 편취, 10년 뒤에야 안 보험사

미래에셋생명에서는 보험사가 사고 사실 자체를 거의 알지 못했던 사례가 드러났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3일 과거 소속 설계사의 금전사기로 고객에게 약 27억43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편취 기간과 인지 시점의 격차다.

해당 설계사는 2015년 11월 25일부터 2022년 7월 12일까지 약 7년간 투자 명목으로 고객 금전을 반복 편취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생명이 이를 확인한 것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 판결이 나온 2026년 3월 12일이다. 최초 편취 시점으로부터 약 10년 4개월, 편취 종료 후로도 약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설계사 개인의 일탈 행위"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생명은 제판분리를 통해 2021년 GA 조직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분리한 가운데,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서도 금융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와 피에스파인서비스를 긴급 현장검사한 결과, 두 GA 소속 설계사 97명이 보험계약자 765명을 상대로 1406억원 규모의 유사수신을 모집하고 약 342억원을 상환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보험설계사 출신의 대부업체 총책이 GA를 직접 설립해 4단계 피라미드 조직처럼 운영한 구조였다. SNS를 통해 사회초년생에게 접근해 기존 적금을 해지시키고 유사수신 투자를 권유한 방식으로 사회적 파장이 있었다. 


"일탈 개인이 문제" 반복되는 해명,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

금융당국은 GA 관련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거듭 주문해 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보험 판매채널 책임성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보험사가 GA 선정·평가 기준을 자체 마련하도록 하는 한편 GA 준법지원 인력 최소 인원 기준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GA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제도, 영업보증금 최저한도 신설 등 제재체계 개편도 병행했다.

그러나 GA 소속 설계사 수는 2025년 6월 말 기준 30만1275명을 넘어선 상태다. 당국이 개별 설계사의 일탈을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고가 터진 뒤 보험사가 소송 서류나 경찰 신고를 통해 처음 인지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사후 대응의 한계는 제도적 공백에서도 드러난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기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더라도 3년 뒤에는 설계사 등록이 다시 가능하다. 특히 현행법상 보험사기 설계사 제재는 재판(최소 3년)과 청문(2년) 등 최종 확정까지 5년 이상 소요된다. 그사이 해당 설계사는 다른 보험사로 이직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재범 설계사가 다시 고객을 만나는 상황을 막을 장치가 없는 셈이다. 국회에서는 보험사기 전력자의 모집종사자 자격을 영구 제한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보험사들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관례다. 글로벌금융판매도 미래에셋생명도 동일한 문구를 되풀이했다. 피해는 고객에게 먼저 돌아가고, 회사의 인지는 판결문이나 경찰 신고 이후에 이뤄지고 있다.

사후약방문식 내부통제가 실질적 소비자 보호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 주의보 ⓒGettyImages
보험사기 주의보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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