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만 가구를 넘어선 1인가구가 대한민국 상권의 풍경을바꾸고 있다.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자리에 10평짜리 덮밥집이 들어서고, 4인용 테이블 대신 1인 좌석 카운터가 늘어나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1인가구 통계는 2015년 이래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만 놓고 보면 비율은 39.9%에 달한다. 경기(177만 5천 가구·22.1%)와 서울(20.6%)에 전체 1인가구의 42.7%가 몰려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인가구 비율이 높은 서울 관악구·중구·종로구 등에서는 소형 음식점과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신규 개업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안에서도 관악구가 1인가구 수 약 13만6000가구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압도적 1위이며, 중구·종로구·금천구·동대문구·영등포구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들 지역의 상권은 '1인 소비'에 맞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관악구는 서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주 평균 연령이 38세로 서울에서 가장 젊다. 서울대 인근 대학가 수요와 맞물려 가성비 중심의 소형 식당이 밀집해 있다. 중구와 종로구는 도심 직장인과 고령 1인가구가 혼재하며, 점심시간 집중 수요에 최적화된 상권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4인 테이블은 사라지고, 카운터석이 늘었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12평 규모의 혼밥 전문 덮밥집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개업 초기에는 테이블 6개를 놨다가 지금은 1인 카운터석 10개로 바꿨다"고 말했다. "손님 대부분이 혼자 와서 빠르게 먹고 간다. 회전율이 높아지니 매출이 오히려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는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우리마을가게)에서도 드러난다. 1인가구 밀집 지역 골목상권에서 덮밥, 샐러드, 샌드위치, 비빔밥 등 '한 그릇 완결형' 간편식 업종의 매출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 '1인가구 상권'의 얼굴
같은 1인가구 밀집 지역이라도 상권의 성격은 지역마다 다르다.
관악구·동작구는 서울대입구역과 신림역 인근은 20~30대 1인가구가 밀집해 있다. 가성비 높은 소형 식당과 무인 카페, 코인세탁소가 상권의 핵심 업종이다. 최근에는 '샤로수길'이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젊은 감각의 소규모 F&B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구·종로구는 도심 업무지구 특성상 점심시간에 폭발적인 수요가 집중된다. 종로5가 일대에서는 재래시장 종사자, 직장인, 대학 관계자 등 다양한 1인 수요층이 공존한다. 소형 분식점, 김밥·도시락 전문점,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골목마다 자리 잡았다.
마포구·성동구는 성수동과 망원동 일대는 1인가구 직장인들의 '출퇴근 동선' 위에 상권이 형성된다. 퇴근길에 들르는 간편식 매장, 밀키트 전문점, 소형 와인바 등이 특히 활발하다.
배달 의존에서 벗어나는 자영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2025년 7월 발표한 '2024 소비자 외식 시장 하이라이트'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외식시장(110조8000억원 규모)의 판매 방식별 비중은 매장 취식 45%, 배달 35%, 포장(테이크아웃) 18%였다. 주목할 점은 배달 비중의 변화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40%까지 치솟았던 배달 비중은 2022년 이후 30%대로 안정됐고,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소형 매장들은 포장과 매장 방문 고객 확보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5000만원~1억원 사이의 소자본으로 창업 가능한 포장·테이크아웃 중심 매장 모델이 2026년 창업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배경이다. 다만 유로모니터는 2029년에는 배달 비중이 37%까지 올라 매장 취식과 거의 같아질 것으로 전망해, 배달과 포장 사이의 전략적 균형이 자영업자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사회 진입, 상권의 다음 변수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3%를 넘기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1인가구 내에서도 70세 이상 비율(19.8%)이 20대를 2년 연속 추월했다.
이에 1인가구 상권의 성격이 앞으로 더 세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년 1인가구 밀집 지역에서는 혼밥·혼술 문화를 반영한 소형 F&B가, 고령 1인가구 밀집 지역에서는 도시락 배달, 건강식 전문점, 소형 식자재 마트 등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1인가구 밀집 상권이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형 매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업률도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은 매장 규모와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작은 매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1인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늦은 퇴근 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소포장·소용량 상품, 혼자서도 편안한 매장 분위기 등 '1인 친화적' 요소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