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한 단어로 자취방 입지가 정리되던 시대가 저물었다. 한때 1인가구가 선호하는 거주지로 꼽히던 '편세권(편의점 도보 3분)'마저 이제는 기본값에 가깝다.
2026년 봄 이사철, 자취방 검색창에 새로 등장한 키워드는 '다세권(다이소)', '올세권(올리브영)', '슬세권(슬리퍼 생활권)'이다.
자취방 입지 평가가 '역세권 → 스세권 → 숲세권 → 편세권 → 다세권·올세권·슬세권'으로 진화해 온 흐름은, 1인가구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에 무게를 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인가구 804만 가구, 취향 마다 달라지는 입지 기준
통계청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804만5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다. 경기도 사회조사에서 1인가구 비중은 30%를 넘었고, 거주지 선택 시 '편의시설'을 중요하게 본다는 응답은 18.2%로 4년 전보다 4.7%포인트 상승했다.
좁은 주거 공간을 대체해 카페·편의점·다이소·올리브영 등이 생활 거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동네 자체가 '공유 거실' 역할을 하는 흐름이 굳어졌다.
편세권은 이미 '기본 옵션'…출점 경쟁 끝, 점포당 매출로 전환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점포 수는 2025년 말 기준 5만3200여개에 달한다.
CU(BGF리테일)는 2025년 말 기준 점포 수 1만8711개로 점포 수 1위를 지켰다. 최근 3년간 순증은 2023년 975개, 2024년 696개, 2025년 253개로 매년 줄고 있다. GS25도 2025년 말 기준 1만8005개 점포가 있지만 사실상 정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비효율 점포 정리에 들어가면서, 빅4의 출점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1, 2위인 GS25와 CU의 매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양사 모두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하락 중이다.
편의점업계는 막힌 활로를 뚫기 위해 무인 ATM, 무인 택배, 셀프 인쇄, 즉석조리식품, 우산·충전기 대여 등 부가 서비스를 도입하며 무인·하이브리드 점포를 늘리고 있다. 더 이상 점포를 늘릴 곳이 없는 현 상황은 편의점 접근성이 더 이상 프리미엄이 아니라 '디폴트'가 됐다는 배경이다.
'다세권'…다이소 1600개, 매출 4.5조 시대
아성다이소(다이소)는 2025년 매출 4조5363억원, 영업이익 4424억원을 기록했다. 매장 수는 1600개 선을 유지했다. 2022년 말 1442개에서 3년간 매장은 11% 늘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2조9458억 원에서 4조5366억 원으로 54% 급증했다. 매장 수보다 매장당 효율이 가격을 끌어올린 셈이다.
청소도구·주방용품·수납·문구·간단 가전 부품까지 5000원 이하로 해결되면서 도보권에 다이소가 있는지 여부가 자취방 매물 평가의 새 변수가 됐다. 1인가구 밀집 자치구일수록 다이소 수요가 두텁다는 게 업계 공통의 분석이다.
'올세권'…올리브영, 2025년 매출 5조 8335억으로 사상 최대
CJ올리브영은 2025년 별도 기준 매출 5조8335억원, 영업이익 약 74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21.8%, 영업이익 22.5% 증가한 사상 최대치다. 매장 수는 1300개 안팎이다.
2025년 1~11월 누적 외국인 구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연간 오프라인 매출의 약 28%를 외국인 고객이 차지했다. 외국인 매출만 1조원을 넘기면서 올리브영은 2026년 매출 6조원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장품·헤어케어·바디케어·건강기능식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는 도심형 드러그스토어로 굳어지면서, 20·30대 1인가구의 자취방 선호 동네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슬세권'…경기도민 80%가 누리는 도보 생활권
'슬세권(슬리퍼 생활권)'은 슬리퍼·반바지 차림으로 카페·편의점·식당·세탁소·마트·약국·공원까지 모두 닿는 동네를 뜻한다. 2025년 경기도 사회조사 결과 슬세권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수원시 83.1%, 부천시 80.7%, 안양시 75.8% 순이었다.
수도권 1인가구 청년의 절반 이상이 혼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슬세권은 신축 오피스텔·소형 아파트 분양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키워드가 됐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1인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관악구로 13만6000명이 거주한다. 여성 1인가구 비중은 관악구 17.1%, 마포구 15.7%, 용산구 15.5%, 종로구 15.4%, 서대문구 14.7% 순이다. 이들 자치구가 슬세권·다세권·올세권 매물 수요가 두꺼운 권역과 겹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1인가구 자취방 '복합 세권' 체크리스트
1인가구가 자취방을 둘러볼 때 편의성이 높은 위치에 집을 구하려면 어떤 점을 살펴보면 될지 정리해보자.
우선 도보 5분 안에 24시간 편의점이 있는지, 다이소·올리브영·약국이 도보권 안에 있는지, 헬스장·필라테스·요가원이 도보권 안에 있는지, 공원·산책로가 도보권 안에 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이 슬리퍼 차림으로 해결되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는 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