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증가에 주택자산 선호 확대…가계부채·자산 쏠림 부담도
청년층엔 공공임대, 고령층엔 자산 유동화형 주거정책 필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주택시장 과제는 오히려 더 복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구 감소가 곧 주택 수요 감소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1~2인가구 확대와 고령가구 증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주택자산 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출생아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인구 자연감소 단계에 들어섰다. 국내 총인구는 2032년 5113만명, 2052년 4626만명, 2072년 3622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충청권 비중이 확대되는 반면, 비수도권은 전반적인 감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구 구조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보고서의 분석 결과 2072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42.6%, 2인가구는 38.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1~2인가구를 합치면 10가구 중 8가구가 소형가구가 된다는 것이다.
1인가구 안에서는 고령층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72년 전체 1인가구에서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8.1%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1~2인가구가 대표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주택 수요도 달라지고 있다. 청년층에는 일자리와 가까운 소형 주거, 중장년층에는 직주근접형 주거, 고령층에는 의료·생활 인프라와 돌봄서비스가 결합된 주거가 중요해지는 식이다. 과거처럼 가족 단위 주거 수요를 중심으로 공급을 설게하는 방식만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대수명 증가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은퇴 이후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가계가 주택을 노후 대비 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유인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자산으로 기능하게 된다.
주택자산 선호가 커질수록 가계부채 누적과 자산 쏠림 문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주택자산 선호 확대, 가계부채 누적,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총요소생산성 저하 등이 인구구조 전환기 부동산시장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줄어드는 인구, 더 복잡해지는 주거 과제
문제는 인구 감소가 곧바로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기대수명 증가와 고령가구 확대는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를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된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가격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고 있다. 201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은 총요소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최근으로 갈수록 실물경기의 주택시장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단순 자산 효과를 넘어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주택정책은 생애주기별 주거 수요에 맞춰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년층의 경우 안정적인 임대주택이 가족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한 분석에서 공공임대 거주 시 30세 이하 청년층의 결혼확률은 16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가 보유 자체는 출산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 자가 마련을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고령층에서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생활비와 돌봄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가구는 주거를 조정하지 못한 채 기존 주택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주택연금 가입률도 2% 수준에 정체돼 있다. 집은 있지만 현금 흐름은 부족한 고령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고령층 고독사는 자살보다 질병과 돌봄 부재와 관련된 사례가 많아 고령층 주거정책은 자산 유동화와 돌봄 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역별로는 지방의 재고주택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는 동안 비수도권에서는 고령가구와 노후주택이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80세 이상 1인가구의 주거면적이 크게 확대되고 노후주택도 향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단순 신규 공급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수급 균형을 맞추기 어렵고 노후주택 정비와 멸실, 빈집 활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책 과제로는 대출 의존형 주택시장 구조 개선, 청년층 가족 형성 기반 주택공급, 고령층 자산 유동화, 지역 정주기반 강화 등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가계부채 절대총량 관리제도 도입, 전세자금대출 DSR 단계적 확대, 생애주기 대응 공공임대 확대, 직주근접형 청년주택 공급, 주거이동 허용형·자녀 승계형·우대형 주택연금 도입, 빈집 정보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