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보다 한발 앞서 '솔로 에이저(solo ager·홀로 나이 드는 사람)' 시대로 들어섰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2025년 11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50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배우자도 동거인도 없이 홀로 사는 사람은 2400만명, 전체의 21%에 이른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5060세대 1인가구와 겉모습은 닮았지만, 두 사회가 노년의 '혼자'에 대한 개념은 갈수록 차이가 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가 되는 흐름은 양국이 똑같다. 미국에서는 50~54세 5명 중 1명, 55~74세는 3명 중 1명, 75세 이상은 절반이 홀로 산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2038년이면 80세 이상 인구의 다수인 약 1000만명이 솔로 에이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년 단독 거주가 소수의 사정이 아니라 다수의 표준이 되는 시점이 10년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혼자 사는 노년에 성별 쏠림이 나타나는 것도 닮은꼴이다. AARP가 앞서 집계한 자료를 보면 미국은 50세 이상 여성의 3분의 1, 남성의 5분의 1이 홀로 산다. 한국 역시 국가데이터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서 70세 이상 1인가구 비중이 여성 28.3%, 남성 9.9%로 약 세 배 차이가 났다.
더 오래 사는 여성이 결국 더 오래 혼자 남는다는 구조는 한국과 미국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두 사회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은 혼자가 된 이유다.
AARP는 미국 솔로 에이저 증가의 이유로 결혼율 하락, 황혼이혼, 수명 연장, 무자녀 선택, 흩어져 사는 가족을 꼽았다. 상당수가 단독 거주를 스스로 택했고, 이를 독립·만족·자유와 연결했다.
솔로 에이저의 60%가 '독립감'을, 35%가 '자유와 자율성'을 혼자 사는 삶의 가장 큰 장점으로 들었다.
한국의 출발점은 다르다.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0세 이상 1인가구가 혼자 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배우자 사별(31.9%)이었다.
비혼·황혼이혼·졸혼·자녀 분가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선택'보다 '사별'이라는 외부 충격이 한국 노년을 혼자가 되는 이유다. 출발선이 자발적 선택이냐 사별이냐는, 그 이후의 만족도와 노후 준비를 가르는 첫 단추다.
실제로 미국 솔로 에이저의 약 60%(59%)는 혼자 사는 삶이 '편안하다'고, 56%는 생활을 '내 뜻대로 통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혼자됨을 스스로 설계한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다.
반면 사별·이혼으로 떠밀리듯 혼자가 된 비중이 큰 한국 노년 1인가구는 그만큼 설계의 여지가 좁고, 노인실태조사에서도 외로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다인가구보다 높게 나타났다.
물론 미국이라고 장밋빛만은 아니다. 같은 AARP 조사에서 50세 이상 남녀의 절반 이상이 "혼자 나이 드는 삶에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68%는 '남에게 의존하게 될까' 두려워했고, 62%는 건강 악화를 걱정했다. 무엇보다 2021년 미국 빈곤 노인의 63%가 솔로 에이저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은 결국 인프라다. 미국은 AARP를 비롯해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운영기관(CMS), 주택도시개발부(HUD)로 이어지는 시니어 단독 거주 정책 등이 진행되고 있다.
독립생활시설(Independent Living)·생활보조시설(Assisted Living)·치매 전문시설(Memory Care)·재가 서비스(Home Care)로 단계도 세분화되어 있다. 한국도 서울시 1인가구 동행서비스, 보건복지부 노인맞춤돌봄, 노인종합복지관 등을 갖췄지만 분화 정도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이 미국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노년 1인가구가 한국 사회의 다수가 되는 시대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 비혼·졸혼처럼 '스스로 택한 혼자'가 늘어나는 흐름에 맞춰 진입 경로별로 정책을 세분화하고, 시니어 코하우징·시니어 임대주택·돌봄 서비스 같은 민간 시장이 정책의 빈자리를 메우도록 길을 터 주는 일이다.
'혼자인 노년' 시대에서는 결국 어떤 인프라의 수혜를 받느냐가 노후 만족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