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연 매출 3조 전망
소비자 피해도 동반 증가
고물가 장기화와 소비 심리 위축이 가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 번에 목돈을 쓰는 대신 매달 소액을 내고 프리미엄 제품을 이용하는 렌탈·구독형 소비가 빠르게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1인가구 증가와 맞물려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렌탈 업계 1위 코웨이의 올 1분기 전체 렌탈 계정은 1173만 계정으로, 전년 동기대비 10.9% 증가했다. 국내 계정(748만)과 해외 계정(425만)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청호나이스도 렌탈 자산이 같은 기간 742억원에서 803억원으로 8.3% 늘었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이른바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있다. 수백만원을 한꺼번에 지출하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월 수만원의 구독료로 프리미엄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헬스케어 가전 업체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구매와 렌탈 비중은 현재 약 3대 7로, 렌탈이 압도적으로 많다. 경기 침체가 심화될수록 이 비중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인가구 증가도 구독 시장 확대를 이끄는 주요 요인이다. 대형 가전을 구입하기엔 공간도, 예산도 부족한 1인가구는 구독 서비스의 핵심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1·2인가구를 겨냥한 소형 실속형 PB 가전을 내세워 1년새 매출을 15% 끌어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20대 고객 매출이 약 30% 증가했고, 이동형 QLED TV 등 공간 활용성이 높은 제품의 20대 매출은 3배 이상 뛰었다.
대기업도 구독으로 체질 개선
이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LG전자다. LG전자의 구독 사업은 올 1분기에만 6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15% 성장한 수치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1100억원이었던 구독 매출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30배 성장이다.
LG전자는 최근 초프리미엄 브랜드 ‘SKS’와 ‘LG 시그니처’ 전용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고객층 공략에도 나섰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GS건설 등과 손잡고 신축 아파트 빌트인 가전에 B2B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등 기업 고객 시장으로도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해외에서는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에 이어 베트남, 인도, 영국까지 구독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달 초에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TV 구독과 OTT 서비스를 결합한 ‘엘지넷플팩’을 출시하며 가전과 콘텐츠를 아우르는 구독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이러한 성과는 신용평가 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지난 2일 LG전자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12년 만에 상향 조정하며 구독 및 B2B 사업 확대를 주요 근거로 꼽았다.
삼성전자도 AI 구독 신혼가전 이벤트를 앞세워 혼수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에어컨 성수기를 맞아 전품목 구독 가입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전 구독이 정체된 내수 시장을 뚫을 안정적 캐시카우로 자리잡으면서 대형 제조사들의 구독 사업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소비자 피해도 함께 증가
다만 구독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소비자 피해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전 구독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22년 636건에서 2024년 886건으로 급증했다. 피해 품목 1위는 정수기(58.2%)였으며, 음식물처리기(15.4%), 안마의자(6.5%)가 뒤를 이었다.
피해 유형으로는 계약 관련 불만이 55.1%로 가장 많았다. 중도해지 위약금, 계약 조건 설명 부족, 자동 연장 등의 분쟁이 주를 이뤘다. 품질·AS 관련 피해는 34.6%였다.
업계에서도 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전 구독은 3~6년에 달하는 의무 사용 기간 동안 월 이용료를 납부하는 구조로, 관리 서비스 비용과 금융 비용이 합산되다 보니 계약 만료 시점의 총 납부액이 일시불 구매 가격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
에어컨의 경우 정기 세척 등 관리 서비스의 실익이 크지만 자가 관리가 가능한 제품이라면 장기계약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