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웃 돌보면 노후에 돌려받는다"...돌봄 품앗이 '케어뱅크', 포인트 사용 시작
"지금 이웃 돌보면 노후에 돌려받는다"...돌봄 품앗이 '케어뱅크', 포인트 사용 시작
  • 안지연
  • 승인 2026.07.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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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돌봄 봉사를 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나중에 내가 돌봄이 필요해졌을 때 그 포인트로 서비스를 받는 제도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케어뱅크(CareBank)'다.

공식 명칭은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이지만, 돌봄을 저축했다가 돌려받는다는 개념 때문에 '돌봄 저축'으로도 불린다.

2015년 시범사업으로 출발한 케어뱅크가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그리고 올 하반기부터 처음으로 포인트 사용이 시작된다. 

케어뱅크가 뭐야? 

케어뱅크는 돌봄 봉사자가 어르신에게 봉사 활동을 제공하면, 그 시간만큼 포인트로 적립해두었다가 봉사자 본인이 나중에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서비스로 돌려받는 제도다. 봉사 1시간당 1포인트가 쌓이며, 하루 최대 8시간까지 적립된다.

포인트는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족이나 제3자에게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부모님 곁에 있지 못하는 자녀가 케어뱅크 봉사를 통해 포인트를 쌓은 뒤, 그 포인트를 부모님이 서비스를 받는 데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단, 나눔 활성화 취지에 따라 적립한 포인트의 20%는 소속 수행기관에 의무 기부된다. 봉사를 8시간 해서 8포인트를 쌓으면 그중 1.6포인트는 기관에 귀속되고, 6.4포인트가 봉사자 몫이 되는 식이다.

미국·영국의 타임뱅크(Time Bank), 일본의 후레아이킷푸(돌봄 시간 티켓) 제도와 유사한 발상이지만, 케어뱅크는 65세 이상 노인 돌봄에 특화된 민간 복지 안전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사진=케어뱅크 홈페이지
사진=케어뱅크 홈페이지

누가 봉사할 수 있나, 누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

봉사는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케어뱅크 홈페이지나 대표번호를 통해 가까운 수행기관을 확인하고, 돌봄코디네이터와 상담을 거쳐 회원 가입 후 2시간 기초교육을 이수하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쪽은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아래 세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신청 가능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외 판정을 받은 경우, 돌봄포인트 100점 이상을 적립하거나 기부받은 경우, 돌봄코디네이터·사회복지사 등 전문가의 추천을 받은 경우다.

주요 대상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지 못해 공적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이다. 국가 돌봄망의 '사각지대'를 민간이 채우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된다.

봉사 내용은 인지활동·정서지원(말벗, 안부전화 등), 가사·일상생활 지원(취사, 청소, 세탁 등), 주택 안전관리(낙상 예방, 간단한 개·보수), 복지정보 제공으로 구성된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정서적 연결과 식생활 지원 영역으로, 혼자 사는 노인에게 고독감이 그만큼 크다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벌써 10년, 어디까지 왔나

올해 7월 기준 활동 봉사자는 5만6987명, 돌봄 대상자는 5만3234명이다. 누적 돌봄 포인트는 177만773140 포인트를 넘어섰다.

봉사자 연령대는 20대가 전체의 약 31%로 가장 많고, 65세 이상이 약 25%로 그 뒤를 잇는다. 50대도 약 16%를 차지한다. 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을 크게 웃돌며, 특히 50대와 65세 이상에서 성별 격차가 두드러진다.

20대 참여 비중이 높은 것은 학교 봉사시간 인정 등 제도적 유인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65세 이상이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은 제도의 취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지금 포인트를 쌓아두면 나중에 자신이 직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구조가, 돌봄 수요가 현실로 다가온 고령 봉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다. 부산, 서울이 그 뒤를 잇고, 울산과 세종은 봉사자 수가 가장 적다.

케어뱅크는 현재 전국 57개 지역에서 운영된다. 경기 12곳, 부산 5곳, 서울·대구·광주·전북·전남·경남이 각 3~4곳이다. 대전·세종·경북은 각 1곳에 그친다. 협의회는 하반기 지역을 추가해 6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7월부터 포인트 사용...10년 만의 첫 교환

지난 10년은 포인트를 쌓는 데만 집중한 기간이었다. 신규 대상자 발굴과 봉사자 확보를 우선하며 포인트 사용 자체를 유예해왔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먼저 충분한 포인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올 하반기부터 100포인트 이상을 쌓은 65세 이상 봉사자를 대상으로 포인트 차감이 시작되면, 봉사한 시간이 실제 돌봄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처음으로 완성된다.

다만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수행기관의 돌봄코디네이터 상당수가 시간제나 겸직으로 근무 중이어서, 안정적 인건비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행기관이 없는 지역은 아예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도 있다. 대전·세종·경북처럼 수행기관이 1곳뿐인 지역은 포인트 사용이 본격화할수록 돌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핵가족화와 1인가구 증가로 전통적인 가족 돌봄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케어뱅크는 공공 돌봄이 미치지 못하는 공백을 지역 공동체가 채우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홀로 노후를 맞이하는 1인가구에게 이런 민간 돌봄망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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