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소 면적 14㎡의 덫"…기후위기 앞에 무력한 최저주거기준 [1인가구, 최소한의 집②]
"법정 최소 면적 14㎡의 덫"…기후위기 앞에 무력한 최저주거기준 [1인가구, 최소한의 집②]
  • 정단비
  • 승인 2026.05.22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택법 중심 규제의 사각지대
추상적 문구가 키운 '기후 안전' 공백

1인가구의 가파른 증가세 속에서 현행 법령이 규정하는 최저주거기준이 격화되는 기후재난을 방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기준이 과거의 단순 면적 확충과 위생 시설 구비 수준에 머물러 있어, 폭염과 한파 등 다각화되는 기후 불평등으로부터 홀로 사는 가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21일 환경정의가 개최한 '기후위기시대 최소한의 집'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최저주거기준의 구조적 한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1인가구의 주거지 상당수가 법적 정의상 주택이 아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성능 기준의 부재가 주요 문제로 꼽혔다.


26년째 제자리걸음인 14㎡, 고시원은 적용 대상조차 제외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최저주거기준은 2000년 최초 도입된 이후 면적의 일부 확대와 화재 안전 항목 추가 등 소폭의 개정에 그쳤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현시점의 기상 통계를 반영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사진=
사진=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공백은 적용 법령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현행 기준은 '주택법'상 주택에만 적용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청년 및 취약 1인가구가 밀집해 거주하는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준주택)'는 사실상 최저주거기준의 사각지대에 영구적으로 방치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현재 1인가구 기준 최소 면적으로 지정된 14㎡(약 4.2평)는 현실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간의 밀폐성을 높여 기후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양호·적절' 추상적 표현이 키운 기후 공백…영국은 29개 요소 평가

기준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원인은 규정의 모호성이다. 현재 국내 최저주거기준 내 구조·성능·환경기준은 '양호', '적절' 등 추상적인 표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단열 성능, 냉난방 인프라, 침수 방지 시설 설치 등 구체적인 기후 안전 규정을 의무화하지 못하는 실질적 원인이 된다.

법적 구속력 또한 약하다. 김윤진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최저주거기준이 주거기본법 시행령과 국토교통부 공고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어 구속력이 미흡하고, 기준 위반 주택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근거가 부재하다고 짚었다.

사진=
사진=김윤진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가 최저주거기준 현행 법제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 선진 사례로 영국의 주거위생안정평가체계(HHSRS)가 제시됐다. 영국은 과도한 더위와 추위를 비롯한 29가지 위험 요소를 계량화하여 평가하고, 등급에 따라 강행력 있는 행정 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와 이행 강제력이 결합할 때 비로소 기후재난으로부터 1인가구를 보호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적정주거기준' 신설로 미달 주택 신축 재생산 막아야

주거 전문가들은 현행 예외 규정으로 인해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이 계속해서 신축·재생산되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연희 LH 토지주택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축 건축물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예외 규정을 전면 불허하는 한편, 기축 미달 주택은 유도주거기준으로 편입해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사진=
사진=배연희 LH 토지주택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축과 신축 건축물을 구분한 구체적인 관리 방향과 보완 항목을 제안했다.

아울러 최저주거기준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보편적 기본주거 기준인 '적정주거기준'을 새롭게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열 및 에너지 효율화 규제, 침수 방지 시설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이 명확히 법제화되고 주택 및 주거 관련 법제 전반에서 공통된 목표로 작동할 때, 비로소 격화되는 기후 불평등 앞의 마지막 방어선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