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정작 중장년층이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시점은 그보다 10년 이상 이르다. 구조조정과 폐업, 해고 등 본인 의사와 무관한 사유로 일자리를 잃는 55~64세 연령층의 경우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두는 평균 나이가 49.4세에 그친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63~65세로 순차적으로 늦춰지는 중이어서, 일을 그만둔 뒤 연금을 받기까지 10년 넘는 소득 공백을 홀로 버텨야 하는 구조다.
이 공백 구간의 실상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정년과 연금 수급 사이에 낀 60~62세 연령층의 연금 수급률은 24.3%에 불과했다. 열 명 중 여덟 명(75.7%)은 일자리도 연금도 없이 이 시기를 지나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중장년층의 이른 퇴직은 소득 단절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관계망까지 함께 끊어지는 이중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렵사리 수급 연령에 도달해도 형편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2024년 연금통계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중 기초연금·국민연금·직역연금·퇴직연금 등 11종 연금 가운데 하나 이상을 받은 사람은 912만2000명, 수급률은 91.2%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그러나 월평균 수급액 73만7000원과 달리 수급자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해당하는 중위 수급액은 49만7000원에 그쳤고, 월 50만원도 받지 못하는 수급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약459만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95만7000원을 받는 동안 여성은 54만6000원으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무주택자의 월평균 수급액(58만1000원)도 주택 소유자에 못 미쳤다. 18~29세의 국민연금 가입률마저 62.0%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아, 다음 세대의 노후 준비도 순탄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다수의 국민이 이른 퇴직과 늦은 수급, 낮은 연금액이라는 삼중고를 겪는 사이, 정반대 지점에서는 최소한의 가입 이력만으로 연금 수급권을 손에 넣는 외국인들의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원인은 국민연금의 추후납부(추납) 제도다.
실직이나 폐업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거나 결혼·출산으로 가입이 끊긴 기간의 보험료를 나중에 몰아 낼 수 있게 한 제도로,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등을 구제하려는 목적에서 1999년 도입됐다. 2016년 11월부터는 적용 대상이 넓어져 무소득 배우자나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기간까지 최대 119개월치를 한꺼번에 낼 수 있게 됐다.
이 구제 장치가 일부 외국인 가입자에게는 일종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한국 국적이 아니어도 과거 특정 기간에 외국인 등록이 돼 있었다면 10년 미만 범위에서 추납을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방문취업(H-2) 비자로 들어와서 국내 사업장에서 1개월만 보험료를 낸 상태로 60세가 되면, 낸 돈을 그대로 돌려받는 반환일시금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매달 연금을 받는 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119개월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납부하면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추납을 통해 해외에 거주하면도 연금을 받고 있다.
F2(거주)·F4(재외동포)·F5(영주)·F6(결혼이민) 비자 소지자, 그중에서도 한국계 중국인을 중심으로 이런 사례가 반복해서 확인되면서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커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보건복지부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십년을 일하고도 손에 쥐는 연금이 50만원 안팎에 머무는 다수와, 단 몇 개월 가입으로 평생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소수 사례가 나란히 놓이면서 추납 제도의 형평성 논쟁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