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日 무역전쟁①: 일본발 핵심부품소재 수출 규제 쓰나미가 몰려 온다
[기고] 韓日 무역전쟁①: 일본발 핵심부품소재 수출 규제 쓰나미가 몰려 온다
  • 김도형 한림대학교 일본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9.07.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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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가치사슬의 숨통을 조여오는 세밀한 규제망
일본 정부가 2018년 세재개편안을 논의하면서, 무자녀세 도입을 검토할 것이란 일본 언론들의 보도로 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일본정부 경제산업성은 7월 1일 돌연히 기존의 대한수출관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설마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한일관계 최악이다. 주변4강과 북한이 한일갈등의 틈새를 헤집고 있다.

대한국 수출관리상 지위를 변경하기 위해 지금까지 안전보장상 우호국에 한해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외환관리법상 우대제도인 ‘백색국가’ 대상 27개국에서 한국만을 제외하기 위한 법령개정에 관한 의견 공모 중이다. 8월초에는 한국은 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되어 수출허가 신청대상국이 된다.

우선 7월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 에칭가스의 수출과 이에 관련된 제조기술 이전(제조설비 수출에 수반되는 것도 포함)을 대상으로 특정품목의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변경하여 개별수출심사를 받는다. 8월초가 지나면 일본이 경쟁력을 자랑하는 1000여개의 수출품목이 일반심사 대상이 되어 언제라도 수출이 규제될 수 있다.

3주가 지난 지금 대일의존도가 높은 우리기업 현장은 거의 패닉상태라는 전문이다. 그동안 느긋했던 정부와 정치권이 예나 다름없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법령개정 후에는 원상회복은 좀처럼 어렵다. 우리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우리만이 아니다. 일본의 소재와 기술로 제조한 한국산 반도체로 완성품을 제조하는 미, 중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일본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된다. 

이와 같이 일본정부가 대한수출관리 운영 강화로 돌변한 사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최근 한일간 신뢰관계가 손상되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한국의 수출관리상 부적절한 사안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단자체가 매우 자의적이고 일방적이며 증거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 일본기업은 한국기업에 수출하려면 허가신청과 심사에 90일이 소요되게 된다. 대한수출 계약건마다 정부 심사와 허가를 받도록 하여 반도체와 TV 등 전자부품과 기기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절차 강화 대상은 스마트 폰과 TV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일부에 사용되는 불소처리에 의해 열 안정성을 강화한 PI필름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인 포토 리지스트(PR), 반도체 회로에 빛을 쏘지 않은 부분을 깎아낼 때 사용하는 고순도 불산 에칭가스(HF) 등 3개 품목이다. 모두 일본기업이 세계생산량의 70~90%를 차지한다. 이들은 하나 같이 일본이 자랑하는 전(前)공정 독점 중견기업으로서 전 세계 후(後)공정 조립대기업의 경쟁력을 쥐었다 폈다 한다. 전자가 갑이고 후자가 을이다.

국내기업 80%가 이들 일본기업에 의존하면서도 그동안 일본 국내기업 이상의 효율적인 기업 간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적정재고 관리에만 신경을 써 왔다. 그만큼 이번 수출규제는 국내 반도체와 전자업계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수출규제 조치 이후 1주일 지난 현재 세부 규제항목을 살펴보면 이외로 당장의 충격은 심하지 않지만 그 영향을 오래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감광재는 '1나노미터 초과 193나노미터 미만 파장의 빛에서 사용하기 최적화된 소재'로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 결국 일본은 한국 반도체 주력인 D램 메모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는 '193나노미터', 낸드 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소재는 '248나노미터'인 점을 감안하여 삼성의의 차세대 반도체의 연구·개발과 파운드리 최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포토 레지스트(13.5나노미터 파장)만 규제 대상으로 선택했다.
 
EUV 공정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서 반도체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해 7나노 제품을 양산한 삼성전자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이다. 현재 D램(DRAM) 반도체 공정용 ‘ArF 레지스트’, 3D 낸드플래시 공정용 ‘KrF 레지스트’는 포함하지 않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삼성전자에 필수적인 EUV용 제품을 ‘콕’ 집어 규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포토레지스트는 국내 생산은 가능하지만 이 EUV용 레지스트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일본은 이번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는 포기하고 차세대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를 묶어버림으로써 자신들의 절대우위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앞으로 EUV용 레지스트 개발·생산에 나선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EUV용 레지스트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의 지난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던 선언은 물거품이 된다.

동시에 일본은 자국 기업의 첨단 기술력을 부각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국내 기업이 2018년 일본에서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물량은 △포토레지스터 2억9889만달러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6685만달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972만달러 등 총 3억8546만달러(약 4500억원)어치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의 미래 차세대 성장 동력과 일본의 대한 수출감소액(4500억원)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 전체가 위기에 직면한다는 위기감을 공유해야 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이지만 일본이 규제대상에 올린 소재는 실제 삼성의 갤럭시 폴드 생산에 긴요한 소재는 세부 특성이 달라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불화수소도 일본산보다 순도가 떨어지지만 대만·중국·국내 산으로 어느 정도 대체가능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러시아 산으로도 대체가능하다고 하지만 공정 시 수율 하락을 각오한다면 생산중단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D램과 낸드 플래시 현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한국 반도체 비교우위 분야는 제외하고 반도체 강국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분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3개 부품소재 이외 소재와 여타 분야로 규제대상이 확산될 경우 소재-부품-중간재로 이어지는 국내 가치사슬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산소재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중견기업 구매담당자조차 자사의 협력사가 일본에서 원재료를 구해 소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협력사가 어디서 원재료를 조달하든 자사가 필요한 소재는 정확하게 필요한 양만큼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 규제가 확산되면 재료수급에 차질이 오게 되고 이 디스플레이 제작사는 그 만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일본의 핵심부품을 수입하여 디스플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도 국내불경기로 투자를 줄여온 삼성과 LG 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형 패널사들이 이번 수출규제로 장비수주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사슬처럼 연계된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수직적 공급망에 일대타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한국-중국·아세안으로 이어져 온 동아시아 서플라이 체인도 크게 훼손될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핵심 소재를 쥐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 혹은 침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김도형 한림대학교 일본학과 겸임교수

 

※ 이 기사는 본지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