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관리비’에 허리 휘는 세입자, 집주인보다 10배 더 냈다 
‘깜깜이 관리비’에 허리 휘는 세입자, 집주인보다 10배 더 냈다 
  • 김다솜
  • 승인 2023.02.13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단독·다가구 주택 집주인과 임차인의 관리비 차이가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 10명 중 4명은 단독·다가구 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홀로 사는 이들의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깜깜이 관리비 부과실태와 제도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단독·다가구주택의 자가 관리비 평균은 ㎡당 36.7원인 반면, 임차가구는 391.5원으로 10.7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와 연립주택에서는 이 차이가 각각 1.1배, 0.9배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다세대주택은 집주인과 임차인 관리비 차이가 2.1배, 오피스텔은 1.4배였다. 

이같은 문제는 비아파트 세입자에 대한 제도 공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아파트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파트가 아닌 주거 및 업무시설에 대한 관리비 제도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아파트 관리비는 비목 및 사용 내역도 없이 부과되고 실질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관리비 내역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세입자가 내역 공개를 요청했을 때에도 공개가 되기보단 오히려 임대인과의 갈등을 경험하는 사례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되면서 관리비에 임대료를 전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임대차신고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월세는 30만원 이하로 설정하고 차액을 관리비로 전가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보증금이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 차임이 3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임대차 계약은 임대차 신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관리비는 임대소득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해 탈세 및 건강보험료 회피 수법으로 임대료를 관리비로 전가하는 사례도 있었다. 임대료 중 일부를 관리비로 전가해 임대소득액을 축소신고하면 건강보험료의 편법회피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특히 전세임대주택 및 민간등록임대주택에서 관리비 악용 실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전세임대주택에서는 이중계약, 임대료의 관리비 전가, 관리부실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민간등록임대주택에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해 관리비 제도 공백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관리비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 규모는 429.6만 가구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가구의 20.5%에 해당하는 숫자다. 다시 말해 5가구 중 1가구는 깜깜이 관리비로 인한 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가구 중 42.2%는 다가구·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비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1인가구에게 깜깜이 관리비 위험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중기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리비 규정을 신설해 부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깜깜이 관리비 문제는 비아파트의 관리가 부실하고 세입자의 교섭력이 낮은 것에 기인하는 만큼 비아파트 관리의 전문화, 매입임대주택 관리소 운영 대상 확대, 관리비 가이드라인 구축,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