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본래 삶의 기반이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생활 설계는 주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오늘날 1인 가구에게 주거는 생활의 출발점이 아니라 '버티는 곳'이 돼가고 있다. 불확실한 거주 조건과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삶의 선택지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이 3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1인가구의 월 평균 소비액은 약 169만원인 가운데 주거비, 식료비, 공과금 부담이 컸으며, 특히 월세와 관리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더 큰 문제는 월세 중심의 주거 구조다. 전세 시장이 축소되고 월세 거래가 확대되는 추세에서, 월세 계약에 들어가는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24년 12월 월세 중위가격이 100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체감 주거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안정성보다 단기·불확실성이 기본 전제인 시장
주택 시장은 장기 거주보다 단기 이동을 전제로 한 계약 체계가 자리 잡았다. 계약 갱신이 불확실하고, 재계약과 이사 비용은 개인이 부담한다. 1인가구는 이런 시장 구조에서 가족 단위보다 훨씬 취약하다.
임대 형태가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거주 안정성은 떨어졌다. 서울 기준으로 월세 거래 비중이 계속 확대되는 등 월세 중심의 주거가 주류가 돼가는 현실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1인가구가 자산을 축적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거가 이동성과 단기 체류를 전제로 한 비용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전·월세 비용을 매달 지불하면서도 정작 집값 상승의 혜택은 누리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내 집 마련' 담론에서 사라진 1인가구
주거 정책과 사회적 담론은 여전히 '가구 성장 서사'를 전제로 한다. 결혼 → 자녀 → 내 집 마련이라는 경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1인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의 최대 형태로 자리 잡았고, 이들의 주거 경험은 일시적이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정책과 금융 구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청약 제도, 세제 혜택 등은 다인가구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고, 1인가구는 상대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1인가구는 '내 집 마련' 담론에서 현실적 대안 없이 밀려나고 있다.
주거 불안은 삶 전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직장 이동의 자유가 떨어지고, 사회적 관계 형성이 위축된다. 장기적인 재정 계획과 생활 설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주거가 안정되지 못한 채 단기 생존을 위한 비용 지출로 전락하면, 삶의 다른 영역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는 곳'으로서의 주거가 되기 위한 조건
1인가구 주거 문제는 단순히 면적이나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 구조와 정책의 설계가 1인가구를 장기 거주가 가능한 주거 체계로 인정해야 한다.
월세 중심 체계에서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금융·청약·세제 제도에 1인가구를 반영해야 한다. 주거비 부담 완화 정책의 실효성도 확보돼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없다면 집은 계속해서 '사는 곳'이 아니라 '버티는 곳'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적응이 아닌 사회 구조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