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804만 시대, 면적·구조·비용 모두 애매한 기준
"좁아서 문제가 아니라, 맞지 않아서 문제"
대한민국 1인가구는 8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한다. 3가구 중 1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시대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적정 주거'의 기준은 여전히 다인가구 중심의 낡은 틀에 갇혀 있다.
14년 동안 멈춰선 최저주거기준
현행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1인가구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 면적은 14㎡(약 4.2평)다. 2011년 제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이 기준은, 방 1개에 입식부엌과 전용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을 갖추면 충족된다.
문제는 이 '최소 기준'조차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1인가구의 5.4%인 약 40만 가구가 이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 거주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10대 1인가구의 45.1%, 20대의 8.7%가 최저주거기준 미달 환경에 놓여 있다.
선진국 대비 절반 수준의 좁은 기준
국제 비교를 해보면 상황은 더욱 명확해진다. 일본의 1인가구 최저주거면적은 25㎡(약 7.6평)로 한국의 1.8배, 영국은 38㎡(약 11.5평)로 2.7배에 달한다. 2018년 기준 일본의 1인당 주거면적은 40.2㎡로, 2020년 기준 한국(29.7㎡)보다 10㎡ 이상 넓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인가구를 위한 임대아파트의 적정 규모는 32.6㎡로 현행 최저주거기준의 2배 이상이다. 서울시는 청년주택에 23㎡를, LH는 통합공공임대주택에 21㎡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정부 기관조차 14㎡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소득의 30% 넘게 쓰는 주거비
면적만 문제가 아니다. 2024년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168만9000원 중 주거·수도·광열비가 18.4%를 차지한다. 서울 지역 원룸 평균 월세는 2025년 7월 기준 73만원을 넘어섰다. 청년 취업자 평균 소득(세전 266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이 27.4%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RIR 25~30%를 넘으면 주거비 과부담 상태로 본다. 2022년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주거비 과부담 비율은 30.9%로 다인가구(14.1%)보다 16.8%포인트 높다. 특히 청년층(35.4%)과 노년층(38.5%)의 부담이 컸다.
'가구 단위' 기준이 1인가구엔 맞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최저주거기준이 '표준 가구'를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부부와 자녀 수 등 가구 구성원별로 최소 주거면적을 규정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거주인 수에 따라 필요 면적 기준을 정한다. 가구원 수가 늘어날수록 한국과 다른 나라의 최소 주거면적 차이가 커지는 이유다.
1인가구는 단순히 '가구원이 1명인 가구'가 아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공간, 손님을 맞을 여유, 개인 시간을 위한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기준은 '최소 생존'만을 상정한다.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2년 신동근 의원은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을 30㎡로 상향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토교통위원회도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주거급여 등 다른 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법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2025년 3월, 국토부는 14년 만에 최저주거기준 개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유도주거기준' 수립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 시행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좁아서가 아니라, 맞지 않아서
2024년 기준 1인가구의 86.2%는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한다. 23.6%는 '평생' 1인가구로 살겠다고 답했다. 이제 1인가구는 과도기적 삶의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확립된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적정 주거'란 무엇일까. 단순히 넓은 면적이 아니라, 1인 생활에 맞는 구조와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기준이다. 14년째 멈춰 있는 최저주거기준이 다시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