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월은 1인가구의 이사철이다. 학기 중반, 여름 인턴, 여름 임차 시즌이 겹친다. 그런데 이사 견적을 받아본 자취인 사이에서 같은 불만이 반복된다. "짐이 적은데 가격이 비싼 것 같다"
이사 비교 플랫폼 숨고·미소·짐랄라의 견적 데이터를 보면 원룸 포장이사의 시작 단가는 35만∼50만원선이다. 성수기와 손 없는 날, 주말이 겹치면 같은 거리·같은 짐량으로도 평일 견적의 2배 수준까지 오른다.
원룸 포장이사 50만원, 성수기·주말엔 100만원
견적 비교 플랫폼이 공개한 가격대를 정리하면 1인가구 이사 비용의 윤곽이 잡힌다. 원룸·소형 이사 가이드를 보면 1인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이사 방식은 크게 네 가지다.
용달 이사 5만원부터, 일반 이사 10만∼12만원부터, 반포장 이사 25만∼30만원부터, 포장 이사 35만∼50만원부터다. 같은 1인가구라도 짐을 어디까지 직접 옮기느냐에 따라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문제는 시기다. 같은 플랫폼·같은 조건이라도 성수기(2월 말∼3월 초, 8월∼9월), 손 없는 날, 주말·월말이 겹치면 비용이 20%∼30% 이상 늘어난다.
평일 < 주말 < 월말 < 손 없는 날(평일) < 손 없는 날(주말) 순으로 단가가 올라간다.
성수기 일부 구간에서는 평일 대비 2배 가격이 형성되기도 한다. 50만원짜리 원룸 포장이사가 성수기 주말이나 손 없는 날에는 70만∼100만원대로 견적이 나온다는 의미다.
견적의 출발점이 5만원대 용달이라는 사실은 1인가구에게 큰 의미가 없다. 1톤 용달 기본 운송비는 11km 이내 4만원, 26km 이내 5만원, 36km 이내 6만원선이다.
그러나 이 가격은 작업 인원 1명, 짐 상하차 본인 부담을 전제로 한다. 가전·가구가 한두 점만 늘어도 추가 인원, 포장재, 계단 작업료가 붙고 최종 견적은 20만∼30만원대로 다시 올라간다.
짐의 부피가 작더라도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반지하 계단', '신축 옵션 가전 분해' 같은 환경이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짐이 적어도 가격이 잘 저렴해지지 않는 이유
소량 이사 역설의 핵심은 이사 비용이 '짐량'이 아니라 '고정비'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이사 견적의 구성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트럭(1톤·2.5톤) 사용료, 작업 인원 인건비(1∼3명), 포장재·박스·테이프 등 소모품비다. 짐이 적어도 트럭 한 대와 작업 인원 한 명이 기본 단위로 묶여 움직인다.
트럭이 절반만 차도 트럭 한 대 값은 거의 그대로 청구되는 셈이다. 원룸 이사의 포장재 비용만 약 7만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견적 가이드의 공통 설명이다.
이사 업체의 하루 운영 비용은 트럭 대수·인부 인원·왕복 거리로 고정된다는 점에서 짐이 적은 1인가구를 받든 짐이 많은 4인 가구를 받든 트럭과 인부가 고용되는 비용은 비슷하다.
특히 1인가구 이사가 매출 회전율 면에서 다인 가구 이사보다 불리하기 때문에, 업체는 1인가구 견적에 '최소 물량 기준' 가격을 적용한다. 짐 두 박스만 옮기는 사람과 원룸 풀세팅 손님이 같은 50만원 견적을 받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여기에 이사 시점은 가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성수기와 손 없는 날에는 트럭과 인부가 동시에 부족해진다.
업체는 '같은 시간을 다인 가구에 쓰면 더 큰 매출이 나오는' 기회비용을 견적에 가산한다. 결국 1인가구가 견적 비교 사이트에서 보는 평균값은 '짐량에 비례한 가격'이 아니라 '업체 가동 단위 + 성수기 프리미엄'의 합산으로 볼 수 있다.
지자체 청년 이사비 지원 나서
정부와 지자체도 이사 비용이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청년 부동산 중개보수·이사비 지원 사업을 통해 만 19∼39세 무주택 청년 1인가구에 중개보수 최대 30만원, 이사비 최대 10만원을 합쳐 1인당 최대 40만원을 실비 지원한다.
2026년 상반기 4000명, 하반기 4000명으로 총 8000명을 모집한다.
다만 지원 조건이 까다롭다. 임차보증금 5000만원 이하, 월세 40만원 이하인 주택에 살아야 하고, 가구당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2026년 1인가구 기준 월 약 384만6000원 이하), 생애 1회 지원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보증금 5000만원·월세 40만원이라는 기준은 서울 1인가구 평균 임차 조건과는 거리가 있어, 정작 가장 자주 이사하는 청년 1인가구가 신청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청 기간 안에 선착순 마감되는 경우도 잦다.
전국 지자체로 보면 청년 이사비 지원 한도는 30만∼50만원대다. 청년 1인가구가 매년 한 번씩 이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생애 1회만 받을 수 있는 보조금만으로는 누적 비용을 막기 어렵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권하는 비용 절감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시기 조정이다. 손 없는 날과 주말, 월말을 피하고 평일 중반(화·수·목)에 이사하면 같은 견적이 20%∼30% 떨어진다. 특히 신학기가 다가오는 2월은 이사를 피해야 할 기간이다.
둘째, 짐 줄이기다. 중고거래나 나눔으로 가구·가전을 한두 점 줄이면 1톤 트럭이 0.5톤으로 떨어져 트럭 등급 자체가 낮아진다.
셋째, 견적 비교다. 같은 조건이라도 업체별로 5만∼10만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 최소 세 곳 이상에서 견적을 받는 방식이 권장된다.
다만 이 방법들에도 한계가 있다. 시기 조정은 학기·임차 만기에 묶인 청년에게 선택지가 좁고, 짐 줄이기는 애초에 가전 옵션이 없는 풀옵션 원룸에서나 가능하다.
견적 비교는 손품을 들여야 하는데 결과가 결국 '50만원대 평균'으로 수렴되는 경우도 흔하다.
한편 1인가구는 평균 거주 기간이 짧고 이사 빈도가 높다. 50만∼100만원 가격대는 단순한 이사 산업 수치가 아니라, 한국 1인가구가 매년 치르는 거주 회전 비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일부에서는 청년 정책이 월세·전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사 인프라 자체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