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291명이 2025년 부동산 정책에 매긴 성적은 10점 만점에 2.12점이었다. '낙제점'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데일리팝과 1인가구 전문 뉴스레터 '혼삶레터'가 지난 1월 6일부터 15일까지 구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부동산 정책 체감도 설문조사' 결과, 정책이 1인가구의 현실을 얼마나 반영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5.2%가 3점 이하의 점수를 줬다. 사실상 거의 모든 1인가구가 정부 정책에 등을 돌린 셈이다.
1, 2, 3점에 쏠린 그래프..."5점 이상은 단 한 명도 없어"
점수 분포를 보면 정책 실패의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1점을 준 응답자가 87명(29.9%)으로 가장 많았고, 2점 97명(33.3%), 3점 93명(32.0%)이 뒤를 이었다. 4점을 준 응답자는 14명(4.8%)에 불과했으며, 10점 만점 중 절반인 5점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인 804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국내 최다 가구 유형이지만, 부동산 정책 설계 과정에서는 여전히 '비주류'로 취급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모두가 낙제점
더 주목할 점은 거의 모든 1인가구가 동일하게 낮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거주 형태별로 살펴보면, 월세 거주자(144명)는 평균 2.02점, 전세 거주자(78명)는 2.12점, 자가 거주자(61명)는 2.36점을 줬다. 자가 거주자가 가장 높은 점수를 줬지만, 그마저도 2.36점으로 낙제점이다.
연령대별로도 큰 차이가 없었다. 20대 평균 2.38점, 30대 1.89점, 40대 2.18점, 50대 이상 2.48점으로 모두 2점대 초반에 머물렀다. 정책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청년층(20~30대)이나 안정적 주거를 원하는 중장년층(40대 이상) 모두 정책에 실망한 것이다.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1인가구라면 정책에 대한 평가는 비슷하게 낮았다. 이는 정책이 특정 거주 형태의 1인가구만 외면한 게 아니라, 1인가구 전체가 정책에서 소외됐다는 방증이다.
소득은 제자리, 주거비는 폭등..."벌어서 월세 내면 끝"
설문 결과에서 월세 거주자(평균 2.02점)가 가장 낮은 점수를 준 배경에는 가혹한 주거비 지표가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5년 하반기 서울 월세 상승률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서울 거주 1인가구의 실질 RIR(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3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의 평균 가처분 소득(약 240~250만원)에서 서울 지역 평균 월세와 관리비(약 80~90만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벌어들인 돈의 3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5년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2% 상승했으며,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30.2를 기록해 관련 통계 집계(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세 거래 비중도 60%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1인가구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몰린 '풍선효과'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2025년 12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64% 상승하며 45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내 집 마련은 '희망고문'...PIR 47배의 벽
자가 거주자조차 2.36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준 것은 집값 불안정과 대출 규제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5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5억810만원, 중위 매매가는 11억556만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 기준 1인가구 평균 연소득(약 3223만원)과 비교하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연소득의 약 47배에 달한다.
실제로 2025년 하반기 서울 주요 단지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경쟁률은 1000대 1을 상회했다. 사실상 '로또 당첨' 수준의 확률에 1인가구들은 "정책이 우리를 희망고문하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주거 사각지대에 방치된 1인가구
국토교통부가 2024년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3.8%로 나타났다. 최저주거기준은 면적, 방수, 필수시설(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 등) 구비 여부로 판단하며, 1인가구의 경우 이 비율이 일반 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1인가구로 거주한 기간별로도 차이가 거의 없었다. 1년 미만은 2.09점, 1~3년 2.20점, 35년 2.10점, 5~7년 2.12점, 7~10년 2.15점, 10년 이상 2.06점이었다. 1인가구 초보든 베테랑이든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일했다. "이건 우리 정책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98명)과 경기도(80명) 거주자가 전체 응답자의 61.2%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평가 역시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의 주요 타깃 지역인 수도권 1인가구조차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95%가 3점 이하를 준다는 것은 정책이 일부가 아닌 거의 모든 1인가구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정책의 주요 목표였던 '월세·전세 부담 완화', '내집마련 지원', '집값 안정화' 항목에서도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월세·전세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됐다"는 항목에 '전혀 아니다'와 '아니다'를 선택한 응답자가 170명(58.4%)이었고,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됐다"는 202명(69.4%),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는 187명(64.3%)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0점이 없어서 1점 줬다" 현장의 목소리
A씨(39세, 전세 거주)는 "2점을 줬는데 그것도 후하게 준 것 같다"며 "정책이라고 나온 게 뭐가 있나. 규제만 늘어나고 전세는 더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B씨(28세, 월세 거주)는 "1점을 준 이유는 0점이 없어서"라며 "월세 사는 사람한테 주담대 한도 제한이 무슨 의미가 있나. 완전히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2.12점이라는 성적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800만 1인가구가 2025년 부동산 정책에 던진 명확한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