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5조라더니 508억…해명도 의혹을 못 지웠다
삼천당제약, 5조라더니 508억…해명도 의혹을 못 지웠다
  • 정단비
  • 승인 2026.04.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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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당제약이 주가 급락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연 기자간담회가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0여 명의 기자가 몰린 자리에서 핵심 질의응답은 회사 소속이 아닌 외부인이 담당했고, 증거로 제시된 FDA 문서의 핵심 식별 번호는 가려져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 2월 26일 삼천당제약은 유럽 소재 제약사와 경구용 위고비·리벨서스 제네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자료에 적힌 총 계약 규모는 5조3000억원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공시의 계약금·마일스톤 확정 금액은 508억원이었다. 두 숫자는 약 100배 차이가 난다.

특히 공시에는 5조3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없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삼천당제약에 따르면 5조3000억원은 향후 10년치 이익 배분 추정액을 합산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5조3000억원 계약 소식이 나오자 주가는 그날 상한가로 직행했고,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주가 118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기술 수출이 아닌 경구용 당뇨·비만 치료제품 수출 공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삼천당제약 전인석 대표는 4월 6일 서울 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술 수출이 아니라 판매 계약이기 때문에 마일스톤 방식으로 규모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다른 제약사들은 판매 계약을 체결할 때도 미래 추정 매출을 계약 규모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4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4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게다가 일본·유럽·미국과 체결한 판매 계약에는 "허가 등 성공 여부에 따라 해지될 수 있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실패하면 해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공정공시를 미이행이라는 판단을 했고, 삼천당제약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상태다.

또 다른 논란은 핵심 기술 S-PASSS(에스-패스)를 뒷받침할 근거가 기자회견 현장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 대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국제특허(PCT)를 출원했다고 밝혔으나 아직 등록은 되지 않았다. "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특허를 등록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은 통상적인 제약·바이오 업계 절차와 반대다. 현재 다른 기업이 동일한 방식을 개발해도 삼천당제약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이 약동학(PK)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자 전 대표는 "나중에 드리겠다"고 답하고 현장에서 자료를 꺼내지 않았다.

아울러 전인석 대표는 이날 FDA에 제출했다는 문서를 스크린으로 공개하며 제네릭 개발 방향을 FDA가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개한 문서는 사전 개발 미팅(Pre-ANDA) 요청을 수락한다는 행정적 통지서였다. 제네릭 허가나 생물학적 동등성 확인이 아니라, 개발 초기 규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문서에 적힌 'SNAC-Free' 등의 문구도 FDA의 판단이 아니라 삼천당제약이 직접 작성해 제출한 패키지 자료의 일부였다. 핵심 특허 출원번호는 블라인드 처리돼 있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삼천당제약은 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PRE-ANDA 미팅이 공식 승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R&D 인력 실태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 구조로 외부 R&D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연구소 소재 국가와 규모는 "기밀"로 처리했다. 공시 기준 국내 연구 인력 35명 중 박사급은 1명이다. 재직 기간 1년의 인허가(RA) 전담 인력이다.

블록딜 철회 해명도 엇갈렸다. 전 대표는 이날 오전 2500억원 규모 지분 매각 계획을 취소하며 "악의적인 프레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제출한 보고서에는 철회 사유로 '시장상황 변동'이 명기됐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00조의3은 거래계획 보고일 전날 종가 대비 주가가 30%를 초과해 변동하면 거래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주주의 결단이 아니라 법령 요건이 충족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기자회견에서는 의아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전인석 대표이사는 시장 의혹에 반박하는 발표를 마친 뒤 질의응답을 이어가다 자리를 떴다. 이후 S-PASS 특허·계약 구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답변은 다른 인물이 맡은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신원을 밝히지 않고 돌아갔으며, 이후 사업보고서상 삼천당제약 소속이 아닌 인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