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1인가구 정책은 지난 7년 동안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병원안심동행·안심귀가·스마트 안부확인 같은 서비스는 전국 확산 사례로 거론될 정도의 성과도 냈다.
하지만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비어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3월 4년간 2조3545억원을 투입한 ‘1인가구 안심 종합계획’의 주요 실적을 공개했지만, 사업별 예산 구조와 핵심 정책 목표 달성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분석 자료는 제한적이다.
서울의 1인가구는 166만 가구다. 전체 가구의 39.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2027~2031년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내놨다.
911억원짜리 첫 계획…목표는 있었지만 결과는?
서울시 1인가구 정책의 시작은 2019년 '1인가구 지원 기본계획(2019~2023)'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5년간 911억원을 투입해 17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 KPI도 비교적 명확했다. 대표적으로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사회관계 지표를 OECD 평균 수준까지 높이는 것 ▲서비스 참여율을 기존 2%에서 10%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사업별 목표는 소셜다이닝 75개소, 지원센터 25개 자치구 설치, IoT 안전서비스 1만2500가구, 임차보증금 지원 1만7500명 등 수치 목표가 제시됐다.
야심차게 시작한 5개년 계획으로 시작됐지만 공식 마무리도 없이 종료됐다. 911억원을 쓰고 결산 없이 다음 계획으로 넘어간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심종합계획으로 흡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2년 시장이 바뀌면서 '1인가구 안심 종합계획(2022~2026)'을 통해 정책 체계를 확대 개편했다. 이에 대해 관련 실적도 공개했지만 초기 계획에서 제시했던 KPI가 실제 어느 수준까지 달성됐는지, 사업별 목표 대비 성과가 어땠는지를 종합적으로 비교·평가한 데이터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원센터 확대나 스마트 안부확인 같은 사업은 수치상 성과가 확인되지만, 사회관계 회복이나 고립 감소 같은 정성 목표는 결과를 연결해 보기 어렵다.
잘된 사업만 확인할 수 있는 수치
'1인가구 안심 종합계획'의 개별 사업만 놓고 보면 성과는 분명 존재한다.
IoT 안전서비스는 이후 ‘스마트 안부확인’으로 확대돼 8만3633명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졌다. 병원안심동행 서비스는 여성가족부 전국 사업으로 확산될 정도로 반응을 얻었다.
1인가구지원센터는 목표보다 늦었지만 결국 25개 전 자치구에 설치됐고, 누적 이용자도 23만명을 넘어섰다.
1인가구 사업 중 보편적으로 가장 접점이 넓은 1인가구지원센터는 서울시 1인가구 166만 가구의 13.9%가 다녀갔다. 1차 계획에서 목표로 잡았던 서비스 참여율 10%는 넘긴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86%의 1인가구는 센터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밖에 흐름이 끊긴 사업들도 있다.
소셜다이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실상 중단됐다가 ‘행복한 밥상’으로 재편됐다. SIB(사회성과보상사업)는 시범사업 이후 후속 계획에서 제외됐으며,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 역시 초기 목표는 있었지만 이후 실적 데이터는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다.
정책이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왜 조정됐고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 설명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산은 30배 가까이 증가…하지만 ‘사업별 효과’는 계산하기 어렵다
서울시 정책 규모는 2022년 이후 급격히 커졌다.
1차 계획 당시 연평균 예산은 약 182억원 수준이었지만, 안심 종합계획 체계에서는 4년간 투입된 예산은 총 2조3545억원으로 연간 5000억원대 규모로 확대됐다. 사업 수도 17개에서 30개 안팎까지 늘어났다.
▲병원안심동행 7만1063건 ▲안심귀가 스카우트 36만건 ▲스마트 안부확인 8만3633명 ▲안심계약 도움서비스 1만5659건 ▲지원센터 이용 23만명 등 서울시가 대표 성과로 제시하는 사업들의 누적 수혜 규모는 상당하다.
다만 서울시는 전체 예산 규모는 공개했지만, 세부 사업별 집행액은 일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병원안심동행에 얼마가 쓰였는지, 안심귀가 사업의 건당 비용이 어느 수준인지, 청년 월세 지원과 생활 안전 사업 비중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 등을 외부에서 구조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일례로 2026년 예산인 6316억원을 31개 사업으로 나누면 평균 204억원이지만, 실제로는 청년월세(2만6500명) 같은 대형 사업과 소셜다이닝 같은 소규모 사업이 한 묶음으로 묶여있다.
예산 구조가 공개되지 않으면 사업별 효율성 분석도 제한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수혜자 수를 기록했더라도 어떤 사업은 적은 예산으로 운영됐을 수 있고, 반대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는데 체감 효과가 낮았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공개된 데이터만으로는 이런 비교가 쉽지 않다.
고독사는 늘었고, 정책 인지도는 절반 수준
서울시 정책 확대에도 해결되지 않은 지표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서울은 784명으로 전국 두 번째 규모다.
물론 고독사는 경기·고용·주거·고령화 등 복합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서울시 정책만으로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스마트 안부확인과 고립 예방 사업 확대 이후 실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연결 분석은 공개 자료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정책 접근성 문제도 남아 있다.
서울연구원 1인가구 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지원 정책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3.4%였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정책 인지율이 낮게 나타났다. 2022년 1인가구 뉴스레터 '혼삶레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안심장치 지원사업'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54.2%가 '처음 들어봤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서울시 1인가구 정책 상당수는 신청 기반 구조다. 정책 존재를 알고 직접 찾아 신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 '중장기 종합계획' 전에 필요한 것은
서울시는 올해 3000명 규모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2027~2031년 1인가구 지원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2019년 1차 기본계획, 2022년 안심 종합계획에 이어 세 번째 대형 계획이다.
다만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업 확대보다 정책 데이터의 연결성을 높이고 1인가구가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사업이 실제 효과를 냈는지, 어떤 사업은 왜 축소됐는지, 투입 예산 대비 체감 효과가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시 1인가구 정책은 이제 '무엇을 했는가'를 넘어,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