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선택 피로 커지자 ‘주문할 결심’ 돕는 기술 경쟁 본격화
배달앱의 AI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배달앱 경쟁이 배달비와 속도, 할인 혜택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이용자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과정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다.
특히 1인가구처럼 한 끼를 혼자 해결하는 소비자에게 배달앱은 단순 주문 수단을 넘어 식사 결정을 돕는 창구가 되고 있다. 메뉴를 고르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예산과 취향에 맞는 선택지를 빠르게 제시하는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배달의민족은 리뷰 기반 추천 기능인 ‘먹어본 이웃의 한마디’를 종료하고 개인화 추천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해당 기능은 이용자 리뷰를 AI로 분석해 ‘스트레스를 날리는 치킨’, ‘진하고 깊은 맛의 마라탕’처럼 메뉴 선택을 돕는 문구를 제시해왔다. 배민은 이를 단순 폐지가 아닌 기능 개편으로 보고 고객 행동을 더 세밀하게 반영한 추천 기능으로 다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요기요는 외부 AI 플랫폼과의 연동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월 배달앱 가운데 처음으로 챗GPT 앱에 입점해 대화형 환경에서 맛집 검색과 메뉴 추천, 매장 정보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용자가 챗GPT 대화창에서 특정 지역의 메뉴를 추천해다랄고 요청하면 요기요 앱 내 매장과 메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최근에는 앱 사용성도 개편했다. 요기요는 2년 만에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하반기에는 AI를 활용한 맞춤 추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시간 할인 상품, 개인화 추천 가게, 시즌별 메뉴 제안 등을 통해 이용자의 탐색 피로를 줄인다는 전략이다.
쿠팡이츠도 초개인화 메뉴 추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쿠팡이츠는 가격과 배달비를 포함한 총지출액, 배달 속도, 평점, 리뷰 수, 혜택 여부 등을 반영하는 검색·추천 알고리즘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가 ‘1만원 이하’, ‘2만원 이하’처럼 예산 구간을 설정하면 현재 위치와 실시간 배달비 등을 고려해 조건에 맞는 가게와 메뉴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선택도 나 대신 해줘”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주목하는 ‘DIFM(Do It For Me)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DIFM은 이용자가 직접 탐색하고 비교하는 대신 AI 에이전트가 의도를 해석해 최적의 선택지를 찾고 필요한 실행까지 대신 처리하는 흐름을 뜻한다.
아직 국내 배달앱의 AI 기능은 추천과 예측, 상담 자동화에 머무는 단계지만 메뉴 탐색 시간을 줄이고 주문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나 대신 골라주는’ 서비스로 진화하는 초입에 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가 메뉴보다 ‘얼마를 쓰느냐’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AI 추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에는 치킨, 중식, 분식처럼 음식 종류가 선택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가격, 배달비, 할인 혜택, 도착 시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피로도도 커진 셈이다.
CS·배차·점주 운영까지 번지는 AI
AI 활용은 메뉴 추천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객센터, 배달시간 예측, 점주 마케팅, 메뉴 운영 지원 등 배달앱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사내 해커톤 ‘우아톤 2026’을 열고 AI 기반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올해 행사에는 임직원 153명이 36개 팀으로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제는 ‘AI와 함께 업무는 더 스마트하게, 서비스는 더 새롭게’였다.
1위를 차지한 팀은 고객·가게·라이더와 실시간 음성 통화를 통해 주문 조회, 재배달, 환불 등을 처리하는 AI 기반 고객센터 콜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이용자 취향 기반 맛집, 식품의약품안전처 알레르기·영양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메뉴 추천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민은 배달시간 예측에도 AI를 확대하고 있다. 가게가 직접 배달대행사를 이용하는 ‘가게배달’ 주문에 AI 예측 기능을 도입해 음식 준비 시간만 선택하면 전체 배달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기상 상황이나 도로 교통 상황을 점주가 직접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AI가 배달 상황과 가게별 특성을 고려해 안내 시간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외식업주를 대상으로 한 AI 교육도 시작됐다. 배민아카데미는 서울 서초구와 함께 외식업주 대상 AI 마케팅 교육을 진행한다. AI를 활용한 가게 마케팅, 메뉴 관리, 고객 응대 등 실제 영업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중심이다.
요기요 역시 AI를 내부 업무와 서비스 개선에 동시 적용하고 있다. 최근 사내 첫 해커톤 ‘2026 위대한 상상력’을 열고 실제 사업에 적용한 AI 모델을 발굴했다. 대상은 지역 상권 데이터와 리뷰, 가격 정보를 분석해 점주에게 메뉴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 메뉴 이미지 고급화까지 지원하는 ‘AI 메뉴 비서’가 차지했다.
요기요는 고객 문의를 AI로 자동 분류해 상담 효율을 높이는 AI 에이전트, 권역별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배달 최적화 방안을 제안하는 AI 배달 운영 종합 에이전트 등도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했다. 수상작은 올해 안에 실제 업무 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쿠팡이츠는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매장별 실시간 업무량과 운영 방식을 분석하고 주문별 권장 주문 시간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음식 준비 시간을 더 정확히 예측해 조리와 배달이 맞물리도록 하고 라이더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