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에 실질임금 상승세마저 꺾이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지 않기로 합의하는 이른바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돈 자체가 버거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천국이 Z세대 601명에게 물었더니 열에 아홉꼴인 93%가 요즘 물가로는 친구를 만나는 일 자체가 지갑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몸을 사린 이들도 많아, 지난 1년 사이 친구·모임 관련 씀씀이를 줄였다는 응답이 71%였다. 부담을 느끼는 항목으로는 식사비를 꼽은 응답이 7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커피·디저트비 40%, 주류비 30%, 생일·기념일비 26%가 뒤를 이었다.
비용 부담은 실제 만남 축소로 이어졌다. 지출을 줄인 응답자 가운데 89%는 친구와의 만남 자체를 줄였다고 답했고 이성 친구와의 만남을 줄였다는 응답도 19%였다.
지출을 줄이는 구체적 방식으로는 만남·모임 횟수 자체를 줄였다는 응답이 84%로 압도적이었으며 생일이나 기념일 관련 비용을 줄였다는 응답도 12%로 나타났다. 평균 만남 빈도를 묻는 문항에서는 월 1회 미만이라는 응답이 21%로 가장 많아, 응답자 10명 중 6명 가까이는 친구를 일주일에 한 번도 만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부담의 원인이 관계 자체보다 특정 소비 패턴에 쏠려 있다는 사실이다.
알바천국이 같은 응답자들에게 어떤 유형의 친구를 만날 때 가장 부담을 느끼는지 물은 결과(복수응답), 매번 가격대 높은 맛집을 고집하는 친구를 꼽은 비율이 56.4%로 단연 앞섰다.
이어 술자리를 즐기는 친구(33.3%), 만남 자체를 자주 요구하는 친구(31.3%), 여행을 즉흥적으로 제안하는 친구(20.8%) 순이었고, 생일·기념일을 유독 꼼꼼히 챙기는 친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응답도 19.1%로 뒤를 이었다. 관계 그 자체보다 만남의 방식과 지출 규모가 부담의 실체에 더 가깝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체감 경기가 자리한다.
2026년 1분기 상용근로자 월평균 명목임금은 455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올랐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84만7000원, 1.3% 증가에 그쳤다.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5월 3.1%까지 재반등했고 한국은행도 연간 물가 전망치를 2.7%로 상향한 상태다.
특히 아직 정기 소득이 없거나 소득 기반이 불안정한 취업준비생,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일수록 관계 유지 비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알바천국 조사에서 1회 만남당 지출액은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이 39%로 가장 많았던 반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는 금액은 5만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33%로 나타나, 평소 지출 수준에서 이미 부담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서는 생일 축하 메시지나 밥 한 끼로 마음을 대신하고 선물은 생략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분위기다. 관계는 유지하되 지출은 최소화하려는 절충안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프렌드플레이션이 단순한 소비 절약을 넘어 청년층의 사회적 관계망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물가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청년 세대의 고립감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