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평 가마솥에서 버티는 밤"…도심 속 '숨겨진 쪽방'의 기후 사투 [1인가구, 최소한의 집①]
"0.5평 가마솥에서 버티는 밤"…도심 속 '숨겨진 쪽방'의 기후 사투 [1인가구, 최소한의 집①]
  • 정단비
  • 승인 2026.05.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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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지역 외 고시원·옥탑방 1인가구 실태
폭염·환기 불능에 노출된 고립된 일상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재난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1인가구의 생존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폭염과 극한호우 등 기후재난의 고통은 사회적 자원이 부족하고 고립되기 쉬운 취약 구조의 주거 형태에 가장 먼저, 가장 깊숙이 흘러들기 때문이다. 도심 곳곳에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이른바 '숨겨진 쪽방' 거주 1인가구의 기후 사투 현장을 진단한다.

환경정의가 5월 21일 개최한 '기후위기시대, 최소한의 집'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 심화에 따른 주거 취약계층의 피해 실태와 제도적 대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전문가들과 현장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탄소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취약 계층이 도리어 기후 재앙의 고통을 온몸으로 떠안는 '기후 불평등'의 모순을 지적했다.


평균 기온 상승의 이면, 0.5평 가마솥의 사투

한국도시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폭염 및 열대야 일수는 지속적인 우상향 추이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지성 극한호우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주거 취약성을 다각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서울 가구의 5.9%에 달하는 약 24.5만 가구가 지하층(반지하)에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의 쪽방과 고시원, 옥탑방 등은 기후재난의 최전선에 노출되어 있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오영섭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0.5평에서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는 주거 취약 가구의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다. 여름철 냉방 장치가 전무하거나 실효성이 없는 밀집 주거 형태의 내부 온도는 외부보다 훨씬 높은 '가마솥 더위'를 형성한다.

사진=오영섭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여기에 밀폐된 구조로 인한 환기 불능 문제가 더해지면서 악취와 해충의 역습이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겨울철에는 배관 동파 위험과 화재 우려가 높은 부실한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해 혹한을 버텨내야 하는 초시공간적 고통이 매년 반복되는 실정이다.


'숨겨진 쪽방'에 갇힌 1인가구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관리망에서 벗어난 도심 속 파편화된 주거 형태다.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 센터장은 행정상 지정된 5대 쪽방 밀집지역 이외에 도심 곳곳에 무수히 흩어진 '숨겨진 쪽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들 숨겨진 쪽방은 기본적인 폭염 대책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홀로 거주하는 특성상 재난 상황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청년층과 고령층 1인가구가 대거 몰려 있는 고시원의 경우 주거 환경의 한계가 명확하다. 집중호우 시 반지하 천장이 무너지거나 누수로 인해 벽면 전체에 곰팡이가 피어 일상적인 삶이 망가지는 사례, 에어컨조차 설치되지 않아 한여름 폭염을 고스란히 버텨내야 하는 옥탑방 주민들의 증언은 주거 복지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재난 노출은 주거 취약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거주자의 기저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켜 의료비 지출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빈곤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사진=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 센터장
사진=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 센터장

외형적 구제 넘어선 밀착형 인프라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단순한 외형적 구제나 임시방편 위주의 대책을 넘어, 주거 취약성의 다각적 변수를 고려한 밀착형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경제적 자산이 없는 1인가구가 기후재난으로 인해 한순간에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방어선이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환경정의 측은 주거 공간이 재난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가장 마지막 방어선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격화되는 기후재난 앞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주거 대책과 안전 규정 의무화 등 근본적인 주거권 보장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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