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 알고리즘 압박, 배달 라이더 위험 운행 부추긴다 
배차 알고리즘 압박, 배달 라이더 위험 운행 부추긴다 
  • 김다솜
  • 승인 2023.11.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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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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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이 건설업과 제조업을 제치고 산재 1위 업종의 불명예를 안은 가운데 배달앱의 배차 알고리즘과 프로모션이 배달 라이더에게 압박으로 작용해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국내 주요 배달앱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AI 배차 시스템은 라이더들의 수락률과 평점 등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배차 할당 여부를 판단하는데 수락률과 평점이 낮은 라이더들은 배차 제한, 지연 등의 패널티를 받게 된다. 패널티를 많이 받게 되는 경우 수익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라이더들은 사실상 배차를 거절하기 힘든 구조다. 

라이더유니온과 한국산업의료복지연구원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배달노동자 365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인 52.9%는 교통사고를 경험한 바 있었으며 58.6%는 교통 법규를 위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실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지난해 산재 승인 건수 1~2위에 나란히 오른 바 있다. 

배차 알고리즘과 프로모션 등 업무 수행 압박이 라이더들의 무리한 운행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라이더 유니온은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배달노동자 74명을 2그룹으로 나눠 3일 간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은 알고리즘 배차를 선택적으로 수락하도록 하고 B그룹은 모든 알고리즘 배차를 수락하도록 했다. 두 그룹 모두 첫 2일 동안은 평소의 운전 습관대로 운행하다가 3일째에 각 그룹별로 ‘평소대로 운행’팀과 ‘교통법규 준수’ 팀으로 나눠 운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모든 알고리즘 배차를 수락한 B그룹의 건당 배달 거리는 A그룹에 비해 0.33km 늘었고 총 이동거리 역시 3km 이상 증가했다. 각 그룹별로 ‘평소대로 운행’과 ‘교통법규 준수’로 팀을 나눈 3일째에는 교통법규를 준수한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시급이 2000~2800원 적었다. 

특히 모든 알고리즘 배차를 수락한 B그룹의 경우 교통법규를 모두 준수했을 때 소득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의 재촉 메시지와 프로모션도 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있었다. 라이더유니온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배달 노동자 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배달 중 앱을 통한 호출에 응답하지 않으면 패널티가 있다’고 생각하는 배달노동자의 89.2%는 ‘앱 재촉메시지 확인이 주변 교통상황 관찰에 방해가 된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서 ‘패널티가 없다’고 생각하는 배달노동자의 응답률이 46.1% 수준인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프로모션이 없다면 목표 수입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배달노동자의 68.3%는 ‘프로모션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답했다. 프로모션 없이 목표 수입을 달성할 수 있다는 배달노동자의 응답률은 54.5%에 그쳤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과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전국 1030명의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고리즘이 배달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67.3%(매우 영향을 미친다 32.8%, 영향을 미친다 34.5%)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알고리즘 정보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39.5%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고리즘에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5.5%로 절반에 가까웠다. 신뢰한다는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 AI 일감 배분 시스템의 중요성은 알고 있음에도 알고리즘을 제대로 알 수 없어 막연히 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현재 일 배정 기준, 프로모션 달성 배달 건수 등 세부사항이 라이더 분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AI 알고리즘에 의해 수시로 바뀌고 있다”며 “공정한 업무 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AI 배분 기준 공개 등 알고리즘에 대한 알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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