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면 15분 안에 생필품이 문 앞에 도착한다. '퀵커머스'로 불리는 즉시배송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식음료를 넘어 신선식품·생활용품까지 영역을 넓히며, 유통과 배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퀵커머스는 도심 곳곳에 소형 물류 거점을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가까운 거점에서 곧바로 출고해 배달하는 방식이다. 대형 물류센터에서 하루 단위로 배송하던 기존 이커머스와 달리, 분 단위 속도를 무기로 삼는다.
1인가구 증가와 즉시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며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2025년 약 4조4000억원에서 2030년 약 5조9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5년 새 1조5000억원 넘게 불어나는 셈이다.
경쟁의 승자는 일단 배달의민족(배민)으로 보인다. 배민의 즉시배송 서비스 'B마트'는 2026년 1분기 주문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고객 수와 거래액도 각각 22%, 3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수익성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B마트는 물류 자동화와 자체브랜드(PB)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 첫 흑자를 달성했다. 그동안 퀵커머스는 인력과 물류 비용 탓에 '팔수록 손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배민이 흑자 모델 가능성을 먼저 증명한 것이다.
전체 플랫폼 이용 지표에서도 배민은 상위권을 지켰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의 2026년 1분기 커머스 앱 월평균 이용자 수(MAU)는 쿠팡이 3325만명으로 1위였고, 당근이 2319만명, 배민이 2255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쿠팡의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는 1276만명을 기록했다.
배달 시장 점유율로 좁혀 보면 배민이 여전히 약 58~60%로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앞세워 빠르게 추격하면서, 양강 구도가 한층 팽팽해졌다.
경쟁은 단순 배달 속도를 넘어 '배달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 누가 더 촘촘한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더 효율적으로 재고를 돌리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단계에 들어섰다. 도심 곳곳에 소형 물류센터를 두고 주문 즉시 출고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물류 거점 확보전이 치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점이 촘촘할수록 배달 거리가 짧아지고, 그만큼 배달 시간과 비용이 함께 줄어든다. 도심 임대료가 비싼 만큼, 좁은 공간에 어떤 상품을 얼마나 채워 회전시키느냐가 수익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
유통 대기업들도 퀵커머스에 뛰어들어
GS25, CU 같은 편의점 사업자들은 전국 점포망을 즉시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미 깔린 점포 인프라를 무기로, 배달 전문 플랫폼과 협업에 나섰다.
편의점의 강점은 전국에 깔린 점포 밀도다. 별도의 물류센터를 새로 짓지 않고도 동네 단위 즉시배송이 가능하다. 배달 플랫폼이 거점을 새로 늘려야 하는 것과 달리, 기존 자산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이 커지면서 인수·합병(M&A) 움직임도 거세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요기요를 인수해 퀵커머스를 위한 전략을 시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까지 배달앱에 입점해 배달·퀵커머스 시장을 통한 부가 수익을 노리고 있다. 컬리도 '컬리나우'라는 즉시배송 서비스 권역을 확대 중이다.
다만 과제도 뚜렷하다. 즉시배송은 라이더 인건비와 물류센터 운영비가 많이 들어, 주문이 늘어도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무료배달 경쟁이 길어질수록 출혈은 커진다. 배민의 첫 흑자가 의미 있는 이유이자, 동시에 경쟁사들에게 던져진 숙제이기도 하다.
규제 변수도 남아 있다. 라이더 처우와 배달료 산정, 입점 수수료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비용 구조가 정책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빠른 배달을 위해 필수적인 라이더 노동 환경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점도 업계가 안고 가야 할 부담이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었다. 더 빨리, 더 다양한 상품을 문 앞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출혈 경쟁이 정리되는 국면에서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이 어떻게 조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재는 배달앱 내에서도 여러 경쟁사들이 할인 쿠폰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한편 퀵커머스의 1라운드는 흑자를 먼저 거머쥔 배민이 가져갔다. 그러나 추격하는 쿠팡이츠가 직매입 기반 퀵커머스 시장에 재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장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