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종사자 보호, 근로자-사업자만 따져선 해결 안 돼” 
“플랫폼 종사자 보호, 근로자-사업자만 따져선 해결 안 돼” 
  • 김다솜
  • 승인 2023.09.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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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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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 확대로 플랫폼 종사자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노동법만으로는 보호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혁신 및 사회적 후생 증가 등을 고려한다면 기존 근로자-사업자 개념에 따른 이분법적 논의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KDI포커스 ‘플랫폼 노동의 확대와 사회적 보호 논의’ 보고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은 그 범위와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는 2025년까지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가 2022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플랫폼 경제 확대와 플랫폼 종사자의 증가 현상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많다. 디지털 플랫폼은 획득한 가입자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소비자가 생각치 못했던 편리함과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종사자들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플랫폼이 창출하는 새로운 일자리는 기존 조직 내 상하관계나 근로시간 및 장소의 경직성을 벗어나 높은 유연성을 가진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최근 여러 부정적인 측면들도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는 대부분 프리랜서 혹은 독립사업자로 취급돼 실제 근로자와 비슷하게 일하더라도 노동법의 규제나 사회보험 가입 의무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나 독립사업자에 가까운 플랫폼 종사자라 하더라도 높은 수수료를 비롯해 부당한 계약취소·변경이나 소비자와의 분쟁 등 지나친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도 우려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 선점을 위해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까지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몫이 지나치게 줄어들 여지도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논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잇다. 긱(gig) 경제 대표 주자였던 우버 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각국 법원에서 논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플랫폼 종사자의 사회적 보호 논의는 주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보고서는 이같은 근로자냐 아니냐만 따지는 식의 접근은 ‘실제로 사업자’부터 ‘실제로 근로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위치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특성에 따라 종사자 보호 필요성 달라
일괄적 기준 적용, 과잉 규제로 귀결될 가능성 커
 

노무제공 플랫폼은 크게 웹 기반과 지역 기반으로 구분된다. 보고서는 웹 기반 프리랜서 플랫폼과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의 주요 사례로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과 배달앱 플랫폼을 각각 살펴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추정했다. 

노동수요독점력은 노동공급 탄력성과 역의 관계에 있다. 노동공급 탄력성은 노동의 대가가 낮아질 때 노동공급자가 얼마만큼 반응할 수 있는지의 정도를 가리킨다. 노동의 대가가 낮아지더라도 노동공급을 쉽게 줄이지 못한다면 노동수요독점력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먼저 프리랜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대표적 분야인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력시장을 살펴봤다. 상주 형태 계약을 대상으로 플랫폼 노동수요독점력을 측정했는데 1인당 월소득에 따라 빈 일자리 지속기간이 얼마나 반응하는지 등을 추정했다.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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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1인당 월소득이 높아질수록 빈 일자리 지속기간은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나 부문, 프로젝트 규모, 지역이나 재택근무 여부 등의 변수들을 통제하고 업체 고정효과까지 통제하고 나면 노동공급 탄력성 추정치는 1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국내 ICT 프리랜서 플랫폼의 수요독점력은 일반 노동시장에서의 평균적 사용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적어도 현재까지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의 역할은 정보제공과 거래 중개에 머무르고 있으며 복수의 플랫폼 간 의미 있는 경쟁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 기반 플랫폼의 대표적 사례인 배달앱 시장은 배달앱의 노동수요독점력이 높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후발업체 진입으로 시장집중도가 완화되고 멀티호밍(복수앱 이용) 비중이 증가하는 등 플랫폼 간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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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달앱 종사자(라이더) 측면에서 바라보면 불충분한 소득으로 인한 비자발적 참여 내지 상당한 전환비용 등의 이유로 플랫폼 간 이동에 제약이 있어 플랫폼간 경쟁이 라이더의 근무 여건 향상으로 쉽게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거리나 근로시간 선택은 자유롭더라도 사후적 평가나 업무 배정 알고리즘 등을 통해 상당한 통제도 받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플랫폼 분야마다 경쟁상황이 다르고 종사자 보호의 필요성도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과소 혹은 과잉 규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플랫폼 기업에 의한 혁신을 허용하면서도 종사자에 대한 실효적 보호를 제공하려면 노동수요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한다는 목표 하에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지위인 경우 일단 사업자로 바라보되 해당 플랫폼의 수요독점력을 측정해 사회적 보호의 수준을 비례적으로 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독점력이 측정되거나 그런 정황이 합리적으로 추정될 경우 당국의 검토를 거쳐 개입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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