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확산이 전통 일자리 인력난 심화시킨다? 
플랫폼 노동 확산이 전통 일자리 인력난 심화시킨다? 
  • 김다솜
  • 승인 2023.07.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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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

플랫폼을 통한 일자리 거래가 활성화 됨에 따라 전통적 일자리의 구인난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짐으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이같은 주장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거래 확산으로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2020년 179만명에서 지난해 292만명으로 증가했다. 

배달대행업 확대는 최근 타 산업 인력난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배달라이더 대다수가 비자발적 실직으로 일거리를 찾아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대행업을 주업으로 하는 배달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5세 이상 응답자의 98%, 25~34세 응답자의 58.3%는 배달 플랫폼에 진입하기 전 전통적인 산업에 종사했다. 배달라이더의 이전 일자리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판매영업직과 음식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었다. 

이전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는 폐업·구조조정 등 비자발적 사유가 가장 많았다. 즉 팬데믹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비자발적 실직을 유발했고 실직한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플랫폼으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올해 엔데믹으로 전환돼 다시 전통적인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플랫폼 노동자들이 다시 이동하지 않는 것은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업 배달라이더는 주당 평균 57시간을 일하며 경비 제외 후 월평균 256만원의 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전업 라이더의 89%는 일평균 8시간, 66.3%가 월평균 24일 이상 일하는 등 노동강도가 비교적 높았다.

플랫폼을 통해 받는 총소득은 월 354만원 수준이지만 장비 렌탈 및 보험료 등의 비용지출을 제외한 실소득은 256만원 수준이다. 임금근로자 평균소득(2021년 기준 333만원) 대비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와 지속 의향은 높았다. 배달대행 업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전체 57.5%로 절반을 상회한 반면,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미래에도 배달대행업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62.4%로 역시 절반 이상이었다. 

배달대행업을 지속하고자 하는 경향은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진입한 경우와 코로나19 이전에 플랫폼 노동에 진입한 경우 등에서 특히 높게 관찰됐다. 소득이나 자유로운 시간활용 등 플랫폼 노동의 장점 때문에 플랫폼을 선택한 70.2%가 미래에도 배달대행업을 지속하겠다고 답해 비자발적인 유입(58.1%)보다 계속성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은 인적자원 개발에 한계가 있는 구조로 장기간 수행시 종사자의 저숙련화가 우려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단편적인 과업을 반복 수행하는 특성상 복합적인 인적 역량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보고서는 “저숙련 플랫폼 종사자의 증가는 저숙련 노동시장의 초과공급을 야기해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높인다”며 “플랫폼 일자리를 산업 일자리와 상호보완적 관계로 운용하면 고용의 안정성과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플랫폼에서 산업 일자리로의 일자리 전환 지원 수요가 높음에도 이에 대한 정책은 부족하다”며 “플랫폼 종사자의 기대소득을 충족할 수 있는 산업 일자리 발굴과 소득 보전 프로그램 활용으로 일자리 전환 유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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