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그대로인데 왜 통장은 비어가나…1인가구 가계부 열어보니
월급은 그대로인데 왜 통장은 비어가나…1인가구 가계부 열어보니
  • 김영호
  • 승인 2026.06.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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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직장인 A씨는 월급이 들어온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생활비를 다시 계산한다. 특별히 사치를 부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 카드값과 월세, 관리비를 내고 나면 통장 잔액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든다.

실제로 1인가구의 소비는 단순한 씀씀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 살아야 하는 비용'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한다. 하지만 소비지출 비중은 58.4%에 달한다. 1인가구 비율보다 소비 비중이 훨씬 높은 이유는 생활비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1인가구 특유의 비용 구조가 가계 부담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이미지=AI 생성)
1인가구 특유의 비용 구조가 가계 부담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이미지=AI 생성)

1인가구 가계부를 열어보니…첫 번째는 집값

가계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항목은 주거비다.

1인가구 월평균 소비지출 가운데 주거·수도·광열비 비중은 18.4%로 가장 크다. 월세와 관리비, 전기·가스·수도 기본요금은 혼자 살아도 대부분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둘이 살면 나눌 수 있는 비용도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모두 개인 부담이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같은 생활가전도 가족이 쓴다고 더 비싼 것이 아니다. 비슷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비용은 혼자 감당해야 한다.

결국 1인가구는 생활의 기본 비용부터 '나눌 사람이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식비도 생각보다 많이 든다

가계부 두 번째 큰 항목은 음식비다.

혼자 장을 보면 식재료는 대부분 남는다. 채소 한 봉지, 두부 한 모, 고기 한 팩도 여러 번 먹기에는 애매하고 결국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소포장 상품은 단가가 높고, 직접 요리하려 해도 재료를 모두 사면 오히려 외식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퇴근 후 청소와 빨래, 설거지까지 모두 혼자 해야 하는 현실도 외식과 배달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다. 배달비까지 더해지면 식비는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아껴도 줄지 않는 고정비

최근 1인가구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와 공과금, 통신비 같은 고정비는 절약만으로 줄이기 어렵다.

실제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최근 몇 년간 1인가구의 평균 소비성향 감소폭은 다인가구보다 크게 나타났지만,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를 줄여도 줄일 수 없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보면 보이는 1인가구의 현실

1인가구는 이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는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다.

하지만 주거 정책과 세제, 복지 제도 상당수는 여전히 가족 중심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비용은 혼자 부담하지만 제도는 가족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1인가구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절약 부족이 아니다. 월세와 관리비, 식비, 생활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통장을 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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